홍종학, 참여정부 경제정책 ‘실패’ 규정…노무현 정면 비판

입력 2017-10-31 05:00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26일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서울 여의도의 한 빌딩에 마련된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2007년 대담집 발언 논란
“가계부채 100조, 200조 풀어
YS 때보다 나쁜 경기부양책
盧는 그것을 모르고 있다”
洪 측 “일부 아쉬움 솔직 표현”
딸 특성화 중학교 진학도 구설
野 “거취 결정해야” 사퇴 촉구

문재인정부 1기 내각의 마지막 퍼즐이 될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30일에는 홍 후보자가 과거 대담집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던 발언이 알려졌다. 딸의 특성화중 입학, 학벌주의 옹호 발언, 편법 증여 의혹 등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다음 달 10일 열릴 인사청문회 통과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홍 후보자는 2007년 11월 진보 경제학자로 분류되는 유종일, 김상조 교수(현 공정거래위원장) 등과 함께 ‘한국경제 새판 짜기’라는 대담집을 펴냈다. 홍 후보자는 책에서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을 ‘실패’로 규정하고 노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를 정면 비판했다.

그는 “(참여정부가) 가계부채를 100조, 200조 그냥 풀어버렸다”며 “김영삼정부에서 썼던 경기부양책보다 훨씬 나쁜 경기부양책이다. 그런데도 대통령 자신은 그것을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계부채 문제가 우리 경제를 얼마나 파탄에 이르게 하는가를 모르는 건지 아니면 모르는 척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한심할 정도”라고 지적했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는 과정에선 “단언컨대 참여정부는 부패했다. 지금 건설사들이 막대한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도 했다. 당시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을 향한 강도 높은 비판도 있다. 그는 “정권 말에 노무현정부가 성공한 정부라고 나서는데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홍 후보자 측은 “당시 참여정부의 개혁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일부분의 아쉬움을 솔직히 표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딸의 학력도 논란 대상이다. 홍 후보자 딸은 올해 경기도 가평에 있는 청심국제중학교에 입학했다. 이 중학교는 특성화 중학교로, 특목고나 자사고 진학률이 80%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 후보자는 올해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정책부본부장으로 있으면서 특목고 폐지를 주장했다. 자유한국당은 “전형적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비판했다. 홍 후보자 측은 “기숙사가 있는 학교에 딸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청와대 인사 검증 시스템도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홍 후보자의 지분 증여 상황은 청와대 인사추천위원회에서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청와대는 홍 후보자의 재산 증식이 탈세나 편법 증여와는 관계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한다. ‘쪼개기 증여’가 아닌 정상적인 절세 방식인 ‘분할 증여’ 방식이라는 판단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홍 후보자의 재산 증식은 절세와 탈세에 관한 경계에 있는 문제”라며 “탈세가 아니라는 점을 후보자 본인이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판단이 안이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보수 야당은 일제히 홍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한국당은 논평을 통해 “홍 후보자의 위선적이고 이중적인 모습에 국민들이 느끼는 실망감과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이라며 “국민에 대한 마지막 예의로 즉각 사퇴하라”고 말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도 “이런 사람을 장관으로 모실 수는 없다”며 “청문회까지 기다릴 필요 없다”고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여당은 일단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불공정한 갑을관계 개선과 혁신성장 정책을 잘할 분”이라며 “청문회를 통해 차분히 검증해 볼 일”이라고 말했다.

김판 강준구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