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의 시대… 파월 美 연준의장 유력·英 금리 인상 만지작

입력 2017-10-31 05:00



글로벌 돈줄 죄기 움직임이 시시각각 강해지고 있다. 미국은 3분기 성장률이 3.0%(연율 기준)를 달성하는 등 지난달까지 100개월 연속 경기확장 국면을 기록하며 호황을 맞고 있다. 이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명분이 되고 있다. 연준 수장도 지금의 재닛 옐런 의장보다 더 긴축성향을 띠는 제롬 파월 연준 이사로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 영국중앙은행(BOE) 역시 10년 만에 금리 인상에 나설 조짐이다.

국제금융센터는 3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달 3일 아시아 5개국 순방을 앞두고 이번 주에 차기 연준 의장을 지명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금융센터는 이전 정부에서 벤 버냉키 전 의장과 옐런 현 의장의 지명 날짜가 10월을 넘기지 않았던 점에 비춰 새로운 연준 의장 지명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고 전했다. 레이건 행정부 이후 정권이 바뀌더라도 금융시장 안정성을 위해 연준 의장을 연임시키던 관행이 트럼프 행정부에서 깨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 언론이 82% 확률로 차기 의장에 유력하다고 보는 인물은 파월 연준 이사다. 경제학 박사는 아니지만, 공화당 성향에 변호사 출신이다. 통화정책에서 옐런보다 긴축을 선호하지만, 급격한 금리 인상을 부르짖는 ‘매파’는 아닌 ‘중립’으로 파악된다. 파월 이사는 트럼프의 금융규제 완화 입장에 크게 반대할 소지가 없고, 금리 인상론자인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보다 온건하다는 점 때문에 급부상했다. 연준 의장은 세계 금융시장의 돈줄을 사실상 좌우하는 자리다. 지명 절차에 따라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우려가 남아 있다.

연준은 31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이틀간 통화정책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연다. 이번에는 별도의 통화정책방향 설명 없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3.0%로 2분기 3.1%에 이어 2개월 연속 3%대 성장을 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허리케인에도 불구하고 3% 성장은 놀라운 기록”이라면서 “그런데도 이를 전하는 언론은 거의 없다”고 불평했다.

미국 경제가 100개월 연속 경기확장 국면을 지속하고 있고, 과거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의 120개월 연속 경기확장 대기록을 깰지 모른다는 관측도 나온다. 모두 오는 12월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여주는 요소다.

앞서 유럽중앙은행(ECB)도 내년부터 채권 매입을 매월 600억 유로에서 300억 유로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채권 매입으로 시장에 뿌리던 돈의 양을 줄이는 일종의 ‘테이퍼링’이다. 미국 연준의 월간 100억 달러 채권 재매입 축소 방침과 함께 양적완화로부터의 느슨한 탈출, 곧 긴축 흐름으로 해석된다.

영국중앙은행은 다음달 2일 통화정책회의를 개최한다. 블룸버그 통신은 “9월 물가가 3.0% 올라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기준금리 인상 확률이 88.8%에 이른다”고 전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