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 “정부가 시키는 것만 해라, 이게 지금 지방자치 현실”

입력 2017-10-31 05:02
서울시와 국민일보가 공동 주최한 ‘지방분권 토크쇼’ 참석자들이 30일 서울시청에서 큰 붓으로 지방분권 관련 글귀를 쓰는 퍼포먼스를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삼규 국민일보 사장, 박원순 서울시장, 양준욱 서울시의회 의장. 김지훈 기자

‘지방분권 토크쇼’

“지방권한 ‘2할 자치’ 불과
분권 잘된 나라 경쟁력 높아”


“정부가 시키는 것만 해라, 시키지 않는 건 하지 마라, 이게 지금 지방자치의 현실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시와 국민일보 공동 주최로 30일 오전 서울시청 3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지방분권 토크쇼’에서 지방자치의 현실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지방분권을 이뤄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 시장은 이날 기조연설을 통해 “서울시장으로서 부시장을 한 명 두려고 해도, 국·실을 하나 만들려고 해도, 재단 하나를 신설하려고 해도 다 행정안전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면서 “중앙집권체제가 지방정부의 자율권과 상상력, 혁신의 힘을 제약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내가 지금의 지방자치를 ‘5할 자치’라고 했더니 다른 지방자치단체장이 ‘2할 자치’에 불과하다고 하더라”며 “지방정부 예산은 중앙정부에 비해 2대 8에 불과하고, 권한은 그 비율보다 더 작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어 지방분권이 잘 돼 있는 나라일수록 국민소득이 높고 국가 경쟁력이 높다는 유럽연합(EU) 지역위원회 자료를 언급하면서 “중앙정부는 쓸데없는 간섭을 그만두고 지방자치단체에 입법권, 조직권, 재정권을 줘야 한다. 그러면 몇 년 안에 대한민국은 놀라운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전남 여수에서 발표한 ‘지방분권 로드맵’에 대해서는 기대감을 표시하면서도 “쉽게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문 대통령이) 헌법에 ‘지방자치단체’로 규정해 놓은 것을 개헌을 통해 ‘지방정부’로 고치겠다고 했다”면서 “지방분권이 새로운 전환기를 맞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지방분권은 (중앙정부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팔을 끊어내는 것이고, 발을 끊어내는 것이다. 중앙정부와 관료들이 끊임없이 지연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글=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