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학 ‘쪼개기 증여’를 ‘분할증여’로 본 靑 검증시스템

입력 2017-10-31 05:00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26일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서울 여의도의 한 빌딩에 마련된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편법 증여 논란과 관련, 청와대의 인사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는지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는 정부 출범 6개월이 되도록 내각 구성조차 완료하지 못할 상황에 처했다. 여소야대(與小野大) 국회를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속도가 늦고 검증 과정도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는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홍 후보자의 경우 ‘쪼개기 증여’가 도마에 올랐다. 2014∼2016년 홍 후보자 장모 소유의 아파트, 상가, 건물 등을 홍 후보자 내외와 중학생 딸이 지분을 쪼개 증여받은 것이다. 세금을 피하기 위한 편법 증여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분 증여 상황은 청와대 인사추천위원회에서도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30일 “재산 검증은 기록에 있는 것들이니 검증 과정에서 다 봤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인사추천위는 청와대 민정수석실로부터 재산 상황 등 기본적인 검증 자료를 받아 진행한다. 이를 바탕으로 인추위가 복수 후보자를 추리면 민정수석실이 정밀 검증에 착수한다.

청와대는 홍 후보자의 재산 증가 사유는 파악했지만 탈세나 편법 증여와는 관계없는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홍 후보자의 재산 증식은 절세와 탈세에 관한 경계에 있는 문제”라며 “탈세가 아니라는 점을 후보자가 정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홍 후보자의 편법 증여 논란이 ‘쪼개기 증여’가 아닌 정상적인 절세 방식인 ‘분할 증여’ 방식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성진 전 후보자에 이어 홍 후보자까지 낙마할 경우 정부의 내각 인선은 연내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홍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하더라도 도덕적 상처가 커 정책 추진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청와대는 잇따른 인사 부실검증 논란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부재와 높은 도덕성 기준을 꼽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인수위의 부재로 인사 풀을 정상적인 절차로 갖출 수 없었다. 또 문재인정부에 요구하는 인사의 도덕적 기준이 매우 높다”면서 “출발 단계부터 검증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교통 정체’가 불가항력적으로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 밝혔던 고위공직자 인사 배제 5대 원칙 역시 인사 범위를 제약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공식 출범한 지 5개월이 지난 현재 ‘인수위가 없었다’는 주장은 더 이상 명분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앞으로도 문제다. 12월에는 황찬현 감사원장이, 내년 1월에는 김용덕·박보영 대법관이 퇴임한다. 후임자는 모두 국회 임명동의안 처리가 필요한 자리다. 지금처럼 국회가 경색될 경우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같은 ‘국회 트라우마’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1급 고위공무원, 주요 공기업 및 공공기관 인사도 줄줄이 밀려 있어 인사 잡음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