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한국형 지방분권 시작의 적기”

입력 2017-10-31 05:00
서울시와 국민일보 공동 주최로 30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지방분권 토크쇼’에서 참석자들이 ‘주민의 시대를 여는 키워드 지방분권’ 문구를 배경으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이종원 가톨릭대 행정대학원장, 박재율 지방분권연대 상임공동대표,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삼규 국민일보 사장, 박원순 서울시장, 양준욱 서울시의회 의장, 박양숙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장, 박진영 전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전문위원, 최호진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지훈 기자
지자체 권한·책임 보장하는
국민 주도 지방분권 개헌을
자치입법권·재정권이 열쇠
시정·도정 감시할 수 있도록
주민소환 등 요건 완화도

문재인정부가 ‘자치분권 로드맵’ 밑그림을 공개한 이후 지방정부에서 분권 실현을 위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서울시는 ‘지방분권 토크쇼’를 열고 본격적으로 시민참여형 분권국가를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서울시와 국민일보는 30일 서울시청에서 ‘내 삶에 꼭 필요한 지방분권’이라는 주제로 ‘지방분권 토크쇼’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주민자치주간을 기념하는 의미로 열렸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지방자치의 날(10월 29일)을 기념해 지난 25일부터 31일까지를 ‘주민자치주간’으로 지정했다.

최삼규 국민일보 사장은 개회사에서 “지금은 지방정부가 발굴하고 실험한 정책들이 전국으로 퍼져나가고 정부 정책으로 수용되는 시대”라며 “획일화된 중앙정부 중심의 국가 운영방식에서 벗어나 지방 중심의 자율성을 강화하는 것은 우리 미래에 새로운 활기와 아이디어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준욱 서울시의회 의장은 축사를 통해 “중앙정부는 지방분권을 통해 지역 주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역 주민을 위한 정책을 실현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권한과 책임을 이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개회식 후 최 사장과 양 의장, 박원순 서울시장, 토크쇼 사회를 맡은 이기우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서예가 최동명 선생과 함께 대형 화선지에 대붓으로 ‘주민의 시대를 여는 키워드 지방분권’이라는 문구를 써내려갔다.

토크쇼에서는 지방분권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패널들은 지금이 한국형 지방분권 시작의 적기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헌법 개정 필요성, 지방정부의 입법권 보장 등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첫 번째 패널 토론에 나선 서울시의회 박양숙 보건복지위원장은 “지방분권에 대한 개헌 논의는 주권자인 국민의 참여와 주도하에서 지역에 대한 결정권을 가질 수 있는 정치 체제를 마련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주민을 위한 생활 정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권한과 책임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주민 필요에도 불구하고 실제 입법권 제한으로 조례 제정에 어려움을 겪었던 사례도 공개했다. 박 위원장은 “시민들이 많이 모이는 공원이나 어린이놀이터 등에서 음주를 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조례를 제정하려고 했지만 상위법에 이 같은 조항이 보장되지 않아 과태료 부과 조항은 삭제하고 처리했다”고 말했다.

지방정부가 일을 할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과 함께 주민자치 제도가 활발해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재율 지방분권전국연대 공동상임대표는 “지방정부 간 재정조정제도도 함께 시행해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정부가 박탈감이 들지 않도록 조치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중앙정부와 국회의 결정권을 지방의회나 주민들에게 넘겨줬을 때 생길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지방분권이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시정과 도정을 감시할 수 있도록 주민소환제도 등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진영 전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전문위원은 “지난해 촛불정국 당시 중앙정부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았을 때도 국가가 잘 돌아갈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지방자치가 돼 있었기 때문”이라며 “지방분권은 세계화 시대 생존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지방정부가 경제 방향이나 문화 정책 등 다양한 것을 결정해 경쟁력을 발휘하는 시대라는 것이다.

이종원 가톨릭대학교 행정대학원장은 “지방분권에서는 자치입법권과 자치재정권이 가장 중요하다”며 “특히 지방재정을 위해서는 헌법 개정뿐 아니라 자율성을 확보하고 건전성을 높이는 지방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호진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서로 무엇을 빼앗아올 것인지 생각하기보다 어떻게 도움을 주고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며 “지방분권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 새 정부가 시작된 만큼 이제부터는 지방분권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전문가 토론이 끝난 후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이 주민자치를 위한 공무원들의 역량 강화, 특별지방행정기관의 지자체 이양 등에 관한 의견을 묻는 기회도 마련됐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