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보이스피싱 ‘범죄단체죄’ 첫 인정… 총책 징역 20년

입력 2017-10-30 18:11
보이스피싱 총책에게 범죄단체조직죄를 물어 징역 20년을 선고한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조직폭력배를 엄히 처벌하는 데 주로 쓰인 형법 114조(범죄단체 등의 조직)를 보이스피싱 사기단에 적용해 유죄로 판단한 첫 판례다.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범죄단체조직 및 활동,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46)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20년에 추징금 19억5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0일 밝혔다.

재판부는 “(박씨의 조직은) 보이스피싱이라는 사기범죄를 목적으로 구성된 다수인의 계속적 결합체”라고 규정했다. 이어 “총책을 중심으로 간부급 조직원과 상담원, 현금인출책 등으로 구성돼 내부 위계질서가 유지되고 조직원의 역할 분담이 이뤄지는 최소한의 통솔체계를 갖춘 형법상 범죄단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부중개업을 하던 박씨는 2013년 사업이 어려워지자 인천에 금융기관을 사칭한 콜센터 11곳을 차린 뒤 조직원 77명을 모집해 전화 대출사기를 벌인 혐의로 기소됐다. 2014년 9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신용등급을 올려 저리로 대출해주겠다”고 속여 신용관리비 명목으로 3037명에게서 모두 53억9000만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1, 2심 모두 박씨가 만든 사기단을 범죄단체로 인정했다. 박씨는 범죄단체가 아니라며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범죄단체 가입·활동 혐의 등으로 기소된 자금관리책 최모(33·여)씨, 콜센터 운영실장 박모(35)씨에게는 각각 징역 10년, 8년형이 확정 선고됐다. 나머지 조직원들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부터 징역 7년까지 선고됐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