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하 21장 1∼14절
다윗은 왕이 된 후 격랑의 세월을 거쳐야만 했습니다. 자신의 죄 때문에 가문에 칼바람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자식이 죽어나가는 고통을 겪기도 했고, 3년 동안 가뭄이 들기도 했습니다.
다윗은 기근의 늪에 허덕이는 백성을 보며 구국의 심정으로 먼저 재앙의 원인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찾습니다. 그리고 백성이 살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 하나님 앞에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처절한 고통 앞에서 백성의 한과 눈물을 닦아줘야 할 지도자의 자세입니다. 믿음의 사람으로서 해야 할 당연한 도리였습니다.
하나님의 응답은 의외였습니다. 여호수아 때 하나님 앞에서 살리기로 맹약한 기브온 거민을 사울왕이 죽였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다윗은 기브온 사람들을 불러 목소리를 경청합니다. 그들의 대답은 이렇습니다. “우리를 학살했고 또 우리를 멸하여 이스라엘 영토 내에 머물지 못하게 하려고 모해한 사람의 자손 일곱 명을 우리에게 내주소서.” 억울하게 생명을 잃었으니 한을 풀려면 모해한 사람 자손의 생명을 내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다윗은 사울왕의 남은 자손 가운데 7명을 기브온 사람들에게 넘겨줬습니다.
사울왕의 그릇된 행위는 하나님의 징계로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다윗은 긍휼한 마음으로 기브온 사람들의 아픔과 한을 달래고자 힘씁니다. 사울의 첩 리스바는 조상의 죄 때문에 죽어야 했던 사울의 자손 5명과 생때같은 두 아들의 시신 앞에 베옷을 깔고 보리 벨 때부터 비가 내리기까지 묵묵히 슬픔을 참았습니다. 그렇게 시신을 지켰는데, 그 모정에 하늘이 감동해 다윗의 귀에 들립니다.
다윗은 깊은 통찰력으로 국난을 극복했습니다. 더불어 백성의 애환을 풀어주기 위해 사울왕과 그 아들들의 뼈를 거둡니다. 그리고 베냐민지파의 땅 셀라에서 그의 아버지 묘에 장사를 지냈는데 그 후에야 하나님께서 기도를 들으셨다고 말씀합니다.
대한민국은 수많은 역사적 소용돌이를 통과했습니다. 어두운 과거사가 남긴 생채기, 홍역의 흔적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입니다. 눈물과 통한의 슬픔 속에 어둠의 날을 보내는 상처투성이인 사람이 아직도 많이 있습니다.
이런 민족적 아픔 속에서 성경은 무엇이라고 말합니까. 다윗은 기근으로 이반된 민심을 포용하고 긍휼과 자비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그때 하나님께선 재앙의 끈을 푸셨습니다. 우리는 신앙의 눈으로 이 같은 사실을 깊이 성찰해야 합니다.
통한의 저주라는 대물림을 풀고 나라와 민족의 고통을 끊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합니까. 다윗은 기브온 사람들에게 ‘우리가 어떻게 속죄하여야 하는가’를 물었습니다. 그리고 역사적 통합과 화해를 위해 사랑과 긍휼을 선택했습니다. 믿음의 선택을 한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이 시대의 그늘진 한과 고통의 난관을 신앙으로 먼저 풀 때 하나님께서 이 땅에 평안의 시대를 열어 주실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사랑하는 다윗을 통해 이 일을 조용히 진행하셨습니다. 마찬가지로 먼저 깨어있는 우리 믿음의 사람들은 시대의 영적 기근을 하나님께서 거두시도록 간절히 기도해야 합니다. 지혜와 사랑, 정성을 모아 총체적 난국을 극복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입니다.
강상용 목사(백령도 장촌교회)
[오늘의 설교] 그 후에야 기도를 들으시니라
입력 2017-10-31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