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50인 미만 중소기업이 고용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고 있지만 이들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은 낮은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기업을 무조건 보호하기보다는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정부 정책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30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중소기업 성장촉진 방안 보고서’를 통해 “중소기업의 연명이 아닌 역량 강화에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정책을 실시하자”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은 ‘50인 이상’인 곳보다 ‘50인 미만’이 훨씬 많다. 중견·대기업보다 소기업이 많다는 뜻인데, 이런 50인 미만 소기업이 우리나라 고용의 56%를 책임지고 있다.
기업 숫자 기준으로 50인 이상 기업의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서도 낮은 편에 속한다. 우리나라의 50인 이상 제조업체 비중은 2.7%에 불과해 독일(9.8%) 미국(8.4%) 일본(6.0%) 등과 차이가 크다.
대기업 비중이 높은 나라는 고용을 대기업에서 상당 부분 책임져준다. 미국은 250인 이상 대기업이 고용의 81.1%를 떠안고 있다. 독일과 일본도 각각 고용의 79.9%, 66.2%가 250인 이상 기업에 몰려 있다.
우리나라처럼 소기업 비중이 높은 구조에서 고임금 일자리가 더 많아지려면 소기업의 생산성의 높아져야 한다. 하지만 국내 중소기업의 생산성은 지난해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평가에서 61개 조사 대상국 가운데 56위에 그칠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상의는 정부가 그동안 ‘중소기업=보호 대상’이라는 인식 하에 정책을 펴온데 원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중소기업에 먹이 잡는 법을 가르쳐주기보다 살리기에만 급급했다는 얘기다.
대표적 사례는 정책금융의 비효율적 제공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지난해 ‘중소기업 정책금융은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가’ 보고서를 보면 2009년 19조6000억원 규모의 정책금융을 지원받은 사업체들은 지원받지 않은 가상 상황에 비해 2011년 생산성이 평균 4.92% 낮아졌다. 보고서는 “생산성 저하로 부가가치 2조5000억원이 날아갔다”면서 “정책금융을 통한 정부 개입이 시장 효율화에 역행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상의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선 중소기업의 존속과 보호에 급급하는 정책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상의 자문을 맡고 있는 최성호 경기대 교수는 “각 부처에 분산된 지원 제도를 경쟁력 중심으로 통합 조정하고 중소기업 지원 정책 방향을 성과관리 중심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글=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일러스트=공희정 기자
고용 절반 이상 책임지는 中企, 생산성·경쟁력은 낮다
입력 2017-10-31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