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9년간 조세회피처로 흘러들어간 국내 대기업 자금이 3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0일 국세청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8∼2016년 국내 대기업이 조세회피처 국가에 594조858억원을 송금한 것으로 집계됐다. 조세회피처는 케이만군도, 버진아일랜드, 버뮤다, 바하마, 리히텐스타인 등 법인의 소득에 세금을 아예 물리지 않거나 15% 이하인 곳이다.
조세회피처로 보내졌다가 국내로 다시 돌아온 돈은 428조4518억원이었다. 165조6340억원은 조세회피처에 남았거나 조세회피처를 거쳐 다른 곳으로 흘러들어간 것이다. 국내 대기업의 전체 송금액 중 조세회피처에 대한 직접투자 금액은 36조1130억원이었다. 직접투자는 조세회피처 국가에 회사·공장 등을 설립하거나 부동산 취득 등에 쓴 금액이다. 대기업들의 직접투자 규모는 2008년 1조6191억원에서 지난해 5조8367억원으로 급증했다.
조세회피처로 흘러간 돈이 직접투자를 가장해 재산은닉이나 탈세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 직접투자가 증가함에 따라 탈세범죄도 증가하고 있다. 2008년 1506억원이던 국세청 역외탈세 징수액은 지난해 1조3072억원으로 늘었다. 박 의원은 “조세회피처로 흘러들어간 직접투자 금액의 성격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수상한 36조원… 대기업들 조세회피처 직접 투자
입력 2017-10-30 18: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