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오후 6시에도 은행 문 열었네

입력 2017-10-31 05:00 수정 2017-10-31 10:34

은행권에 ‘시간 파괴’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오랫동안 굳어진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라는 영업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점포가 늘고 있다. 고객 수요에 맞춰 늦게 문을 열고 늦게 닫거나, 주말에 영업을 하는 식이다.

NH농협은행은 다음 달 6일부터 5개 지점의 영업시간을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로 조정한다고 30일 밝혔다. 서울 잠실중앙지점과 양재하나로지점, 종로1가지점, 창동신유통지점, 광주광역시 광주유통센터지점이 대상이다. 모두 유통센터와 가깝거나 사무실 밀집지역에 위치해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해당 지점 고객의 요청이 많았다. 수요를 분석한 결과 이들 지점의 운영시간을 조정하는 것이 고객과 은행 모두에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농협은행은 앞서 서울 가락시장중앙출장소를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영업하는 ‘얼리(early) 뱅크’로 운영해 왔다. 다른 지점은 기존처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문을 연다.

‘시간 파괴’는 농협은행만의 일이 아니다. KB국민은행의 지점 12곳은 ‘애프터 뱅크(After Bank)’다. 서울 창신동지점, 경기도 부천 홈플러스지점 등 9개 점포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서울 강남중앙지점 등 3개 점포는 낮 12시부터 오후 7시까지 고객을 받는다.

SC제일은행은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등에 오후 9∼10시에 영업을 하는 소형점포 ‘뱅크 샵’을 두고 있다. 신한은행은 무인자동화기기 디지털 키오스크를 통해 계좌개설, 체크카드 발급 등 107가지 은행 서비스가 가능한 무인 탄력점포 26곳을 운영 중이다.

주말에 문을 여는 점포도 늘고 있다. 국민은행은 최근 ‘의정부 외환센터’를 새롭게 열었다. 경기도 안산 원곡동, 서울 오장동, 경남 김해, 경기도 광주에 이어 다섯 번째 외환센터다. 외환센터는 평일에는 일반 은행점포와 같다. 대신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문을 열고 환전·송금, 출국만기보험 지급대행 등 외국인 근로자에게 특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KEB하나은행도 서울 구로구, 경기도 안산시 등에 있는 점포 15곳에서 일요일 영업을 하고 있다.

은행들이 영업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데는 현실적 이유가 깔려 있다. 이미 상당수 업무가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상황이라 지역별 수요에 맞춰 점포 운영시간을 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판단이다. 24시간 영업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의 돌풍도 기존 은행들의 ‘시간 파괴’를 부추긴다. 탄력점포는 계속 늘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외국인근로자 특화점포, 관공서 소재 점포 등 탄력점포는 630개에 이른다. 지난해 6월 말(568개)보다 60여곳 늘었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