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우즈노마이 초중등학교의 기적’과 ‘오카와 초등학교의 비극’이라고 불리는 상반된 사례는 일본의 학교 재난안전 교육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두 사례는 이렇다. 우즈노마이 초중등학교에서는 지진 발생 직후 교직원과 학생들이 산 위로 차분하게 대피했다. 평소 실시한 쓰나미 대피훈련에서 익힌 것을 그대로 실행에 옮긴 것이다. 그 결과 한 명의 인명피해 없이 562명의 학생 모두가 안전하게 구조될 수 있었다.
반면 오카와 초등학교는 쓰나미가 덮치기까지 약 40분간 여유가 있었지만 학교장의 그릇된 판단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곧장 대피하지 않고 운동장에서 한참 동안 대기하는 바람에 74명의 학생과 10명의 교직원이 희생됐다.
굳이 이런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우리는 재난대응훈련의 중요성을 이미 잘 알고 있다. 뉴스나 영화 등을 통해 대규모 재난 시 사람들이 당황하거나 우물쭈물해 대피 과정에서 더 큰 혼란에 빠지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재난대피훈련에 대해 귀찮다거나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 안타깝다. 우리 사회의 안전의식을 일시에 개선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반복된 교육과 훈련을 통해서만 근본적으로 고쳐나갈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 사회에 안전의식을 확대할 수 있는 가장 쉽고 효과적인 방법은 어린이들에 대한 재난대응 훈련과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학교 재난안전 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이뤄지고 있다. 학교보건법을 개정해 모든 학교에서 심폐소생술과 응급처치에 관한 교육을 의무화했다. 9·12 경주 지진 이후에는 전국의 초·중·고교에서 지진대피훈련이 실시되고 있다. 행정안전부와 교육부는 지난 9월 25일부터 5주 동안 전국 17개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어린이 재난안전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과거 학교에서 실시한 훈련이 교사 주도형이었다면 어린이 재난안전훈련은 5주에 걸친 모든 훈련 과정을 어린이가 직접 기획하고 실행하는 어린이 주도형 종합 재난대응훈련이라고 할 수 있다. 훈련에 참여하는 어린이들은 1∼3주차에 재난대응 매뉴얼과 개인별 임무카드, 재난 대피 지도 등을 스스로 작성해보는 연습을 했다. 4주차에는 인근 소방서와 경찰서를 직접 방문해 심폐소생술과 소화기 사용법 등을 실습하는 시간을 가졌다. 30일 시작해 다음 달 3일까지 진행되는 마지막 5주차에는 스스로 만든 매뉴얼과 대피 지도 등을 활용해 실제 재난 상황을 가정한 현장 훈련을 하게 된다.
행안부는 지방자치단체, 학교, 공공기관 등 관계기관과 협력해 ‘찾아가는 어린이 안전체험교실’도 운영하고 있다. 4월에서 11월까지 안전체험 시설이 없는 지자체의 공원, 공설운동장, 공연장 등을 활용해 어린이와 학부모, 교사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체험형 종합 생활안전 교육 프로그램이다.
이러한 재난안전 교육과 훈련을 받은 어린이들은 스스로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위기 상황에서 어른들보다 나은 기지를 발휘한 어린이들의 사례가 종종 들려오기도 한다. 2015년에는 10세 초등학생이 아파트 입구에 쓰러진 50대 남성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해 목숨을 구한 사례가 있었다. 또 집에서 아버지가 심정지로 호흡이상 증세를 보이자 119에 신고한 뒤 응급의료 전화 상담원의 지시에 따라 응급처치를 실시해 아버지를 살린 11세 초등학생도 있었다.
정부는 이번 어린이 재난안전 교육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부터 참여 학교를 단계적으로 늘리고 장애인 특수학교 등의 참여도 추진할 예정이다. 또한 학교 자체적으로 이러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도록 가이드북을 지속적으로 개선 보완해 나갈 것이다. 어린이 재난안전 교육 활성화를 위한 이러한 노력들이 장기적으로 우리 사회의 안전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정종제 행정안전부 재난관리실장
[기고-정종제] 꼭 필요한 어린이 재난교육
입력 2017-10-30 17: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