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4차전의 선발투수 매치업은 두산 베어스에게 무게감이 좀 더 쏠렸다. 두산은 한국시리즈 2연패의 주역 유희관이 등판했지만 KIA 타이거즈에서는 올해 1군 무대에 본격 등판한 잠수함 투수 임기영이 나왔다. 임기영은 한국시리즈는커녕 가을야구 무대를 단 한 번도 밟지 못했다. 지난해 9월 군에서 제대한 임기영은 올 시즌 전반 두각을 나타냈지만 정규시즌 승수(8승)도 유희관(11승)에 못 미쳤다.
그런데 가을무대 경험이 전무한 임기영이 제대로 사고를 쳤다. 임기영은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7전4선승제) 4차전에서 5⅔이닝 6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KIA는 5대 1로 완승을 거두며 시리즈 전적 3승1패로 통산 11차례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단 1승만을 남겨놓았다.
임기영은 자신의 장기인 직구와 체인지업 외에 커브, 슬라이더, 투심 등 다양한 구종을 선보였다. 위기관리 능력도 돋보였다. 3회말 1사 후 민병헌과 오재원에게 연속 안타를 맞았지만 박건우와 김재환을 각각 삼진과 2루수 앞 땅볼로 처리하며 이닝을 마쳤다. 데일리 최우수선수(MPV)에 선정된 임기영은 “첫 (한국시리즈) 등판인데 긴장은 안됐고, 분위기 자체가 재미있었다”며 “두산 전에서 의미있는 승리를 몇 차례 하다 보니 편안한 마음으로 던졌다”고 소감을 전했다. 임기영은 한화 시절 프로 무대 첫 승(구원승)과 올 첫 선발승을 두산 상대로 신고했다.
타선도 초보 선발을 도와줬다. 1회초 1사 후 김주찬이 2루타를 친데 이어 로저 버나디나가 우측 깊숙한 3루타로 선취점을 냈다. 이어 최형우가 내야안타로 한 점을 더 뽑았다. 버나디나는 4타수 3안타 2타점 1득점으로 팀 타선을 이끌었으며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만 타율 0.533(15타수 8안타) 1홈런 6타점 2득점을 올리며 맹활약하고 있다.
두산은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특히 2, 3차전에 이어 이번에도 실책으로 자멸했다. 두산은 1회초 2실점한 유희관이 안정감을 찾으며 6회까지 상대에게 점수를 주지 않았다. 0-2 상황이라 얼마든지 뒤집기가 가능했다. 이에 두산 벤치는 7회초 유희관이 2사 1, 2루의 위기에 몰리자 필승조 함덕주를 마운드에 내세웠다. 함덕주는 김주찬을 유격수 앞 땅볼로 유도했다. 그대로 이닝이 종료되는 듯 했으나 두산 유격수 김재호가 이를 제대로 포구하지 못하고 놓쳤다. 대주자 고장혁은 3루를 돌아 홈을 밟았다. 이어 버나디나의 적시타가 나오면서 0-4로 점수가 벌어졌다. 추격 의지를 스스로 꺼트렸다. 한국시리즈 5차전은 같은 장소에서 30일 오후 6시30분에 열린다. 선발은 헥터 노에시(KIA)와 더스틴 니퍼트(두산)다.
한편 올 시즌 한국시리즈엔 암표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한 온라인 거래 사이트엔 정상 가격이 10만원인 잠실구장 중앙 VIP석을 120만원에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임기영 ‘깜짝’ 승리投… KIA, 1승 남았다
입력 2017-10-29 22:08 수정 2017-10-29 2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