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루터처럼”… 22개 교단 ‘개혁’ 한목소리 외쳤다

입력 2017-10-30 00:01
어른 목마를 탄 한 어린이가 29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 마련된 박람회장에서 비텐베르크성교회 정문을 본뜬 모형 앞에 서 있다. 루터는 1517년 로마 가톨릭의 면죄부 판매에 반발해 비텐베르크성교회 정문에 95개조 논제를 붙였다. 고양=강민석 선임기자
루터회 성도들이 29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예배를 드리고 있다. 오후 같은 장소에서는 루터회 등 22개 교단이 참여하는 한국교회연합예배가 드려졌다. 고양=강민석 선임기자
“불의한 일을 버리고 거룩한 교회의 성도로 살기에 힘쓰겠습니다. 경건한 삶을 통해 도덕적 윤리적 삶의 모범이 되고 불의와 부정에 침묵하지 않겠습니다.”

1500여 성도들은 ‘한국교회 개혁선언문’을 한 목소리로 외쳤다. 29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예배’에서다. 기독교한국루터회와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합동·대신 등 22개 주요 교단이 한자리에 모인 건 근래 들어 드문 일이다.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가 한국교회 주요 교단을 한 자리에 불러 모은 셈이다.

“루터는 종교개혁으로 교회를 교회 되게 하고 믿음으로 구원을 얻게 하는 도리를 밝혔습니다. 한국교회도 개혁 정신으로 거듭나 거룩한 교회가 돼야 합니다.”

최기학 예장통합 총회장이 환영사를 전했다. 이어 전명구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한국교회가 교파를 초월해 한자리에 모였다”며 “우리가 드리는 이 예배는 ‘하나 돼라’고 명령하신 주님께 순종하는 예배”라고 말했다. 이영훈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여의도순복음 총회장은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신앙으로 충만한 교회, 도덕적으로 모범이 되는 교회,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을 이루는 교회가 돼야 한다”는 한국교회 비전을 선포했다.

한국교회 분열에 대한 반성도 이어졌다. “때로는 무관심하고 때로는 경쟁하며 서로 비방하기도 한 분열의 어리석음을 용서해 주십시오. 서로 사랑하라 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명령에 순종하는 믿음의 사람들이 되게 해 주옵소서.” 윤세관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장이 고백했다.

이어 김영수 대한기독교나사렛성결회 감독이 평화와 화해를 위한 기도를, 장만희 한국구세군 서기장관이 차별이 없는 삶을 위한 기도를, 임춘수 대한예수교복음교회 총회장이 진리를 살아가는 삶을 위한 기도를 드렸다.

앞서 오전 대회장에선 루터회 주관으로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대회 루터교회 연합예배’가 드려졌다. 대구 예촌루터교회 브라스밴드의 교향악 연주와 조성진씨의 종교개혁 판소리 마임 공연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루터회 성도들은 일어나 기도송과 대영광송을 함께 불렀다. 오늘날 찬송가로 불리는 ‘코랄’을 만들어 성가대가 아닌 성도들도 부를 수 있게 한 이가 루터다.

김철환 루터회 총회장은 ‘예수를 만나니 사람이 보이더라’는 주제로 설교했다. 그는 “신앙의 목적은 인간다운 인간이 되는 것”이라며 “예수님을 만나면 사람이 보여야 하고 작은 예수의 눈에는 살려야 할 이웃이 보여야 한다”고 했다.

홍경만 서울 남부루터교회 목사가 성찬을 집전했다. 디아코니아(섬김)를 확산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비헤른 봉사상 시상식도 열렸다. 정영찬 나눔의 둥지 사회복지사와 국제옥수수재단 벧엘나눔공동체, 루터대 사회봉사단이 수상했다. 기념 음악회에서는 가수 윤복희와 순복음영산교회 오케스트라, CTS 전국소년소녀합창단 등이 참여해 흥을 돋웠다.

해외교회에서도 종교개혁 500주년을 돌아보는 행사와 선언이 잇따랐다. 남가주한인목사회(회장 김영구 목사), 사우스베이목사회 등은 지난 16일∼17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에 있는 평화교회(김은목 목사)에서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학술세미나를 열고 ‘2017년 로스앤젤레스 교회개혁 선언문’을 발표했다. 선언문에는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 정신을 따라서 성경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세상보다 수준 높은 윤리적 도덕적 영적인 삶을 살겠습니다’ 등 20개 항이 담겼다.

고양=김동우 구자창 유영대 기자 love@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