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 국감에 나와 ‘네이버 문제’ 입장 밝힌다

입력 2017-10-29 18:54 수정 2017-10-29 21:01

이해진(사진) 네이버 창업자 겸 GIO(글로벌투자책임자)가 국정감사에 출석한다. 국감에서 여야 의원들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 판단에 따라 네이버와 이 GIO를 각각 준대기업집단과 총수로 보고 바뀐 위상에 맞는 책임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가 외부 청탁을 받고 뉴스 배치를 조작한 사실을 꼬집으며 경영 투명성도 질타할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는 29일 “이 GIO가 30일과 31일 진행되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정무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참석하기 위해 27일 늦은 밤 귀국했다”며 “앞서 유럽에서 예정돼 있던 고위 관계자들 미팅과 출장 등 일정은 모두 취소했다”고 밝혔다.

이 GIO가 국감에 참석하는 방향으로 마음을 돌린 건 최근 네이버가 청탁을 받고 스포츠 뉴스 배치를 바꿔주고, 이명박 전 대통령 아들 이시형씨가 인물 정보 등재 대상인데도 등재하지 않는 등의 사실이 드러나면서 잇단 구설에 올랐기 때문인 것으로 관측된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 GIO가 국감에서 여러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직접 참석을 결정했다”며 “대표 기업으로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국회가 국정감사 증인 출석을 연이어 거부한 IT 기업 대표들을 강하게 압박한 것도 국내 최대 포털 업체에 몸담은 이 GIO에게 부담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 국회 과방위는 지난 12일 포털의 뉴스 편집 방침을, 정무위는 네이버의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위 남용 등에 관한 질의를 하기 위해 이 GIO를 증인으로 채택했었다. 하지만 지난 8월 말부터 해외에 머무르고 있던 이 GIO는 유럽 주요 인사를 만나기로 돼 있다며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를 대리 증인으로 요청했지만 국회에서는 대리증인을 거부하고 불출석한 증인들이 종합감사에 출석하지 않으면 고발도 불사하겠다고 몰아붙였다.

과방위와 정무위 종합감사에서는 시장지배력 남용, 기사 배치 이슈가 주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9일 공정위 국감에서는 네이버가 PC 및 모바일 검색 분야에서 70%가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면서도 사업 영역이 분명하지 않아 독과점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 20일 네이버스포츠 공식포스트에 외부 인사의 요청으로 기사를 재배열한 사실을 공식 인정하고 사과문을 올렸다.

외부 활동에 자주 나서지 않아 ‘은둔의 경영자’라고도 불리는 이 GIO가 국감 출석을 결정하면서 다른 IT 기업 대표들의 증인 출석 여부에도 관심이 쏠렸다. 지난번과 달리 이번 국감에는 다니엘 디시코 애플코리아 대표와 조용범 페이스북코리아 대표,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 등 글로벌 IT기업 대표들도 증인으로 출석하기로 했다.

글로벌 IT 기업 대표들이 증언대에 서는 것 역시 국회의 출석 압박과 비판 여론에 부담을 느껴서인 것으로 풀이된다. 구글코리아와 페이스북코리아의 두 대표는 앞선 국감에서 나란히 해외 출장길에 올라 ‘국감 회피’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구글과 페이스북 등 해외 IT 기업들은 국내에서 벌어들이는 수입에서 세금을 거의 내지 않는 데다 정부의 제재를 다수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다만 카카오는 김범수 이사회 의장이 경영을 직접 챙기지 않고 있는데다 출장 일정이 있어 불참을 확정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