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습현장·학교서도 벌어져
성희롱·임금 차별에도
취업 불이익 우려 속앓이만
교사들 외모평가도 다반사
학습근로자 정당한 대우
안전하게 일할 권리 등 주장
경기도의 한 특성화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1학년 A양(15)은 선생님에게서 “취업하려면 몸무게를 줄여라”는 지적을 받았다.
진로를 상담하면서 “은행 같은 금융회사에 취업하고 싶다”고 했는데 “그러려면 외모가 중요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선생님은 “금융권은 기본적으로 여성의 얼굴을 본다”며 “취업하려면 몸무게 줄여야 하고, 기본적으로 웃는 인상이어야 하고, 키는 165㎝ 이상에 얼굴도 이뻐야 한다”고 했다.
2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특성화 고교생 권리연합회’의 기자회견에 참석한 A양은 “다른 특성화고에서는 여학생들에게 55㎏ 이하이면 A라는 식으로 몸무게 수행평가를 한다고도 들었다”며 “(학교에)외모평가 받으러 왔느냐”고 토로했다.
이순신장군 동상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특성화고 학생 50여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2000여명의 학생이 서명한 권리 선언문을 발표했다. “공부 못 해서 특성화고 간 거 아니냐는 말을 하지 말라”며 기성세대의 편견에 일침을 가하는 내용이었다.
“우리는 학교와 성별 나이 학력 차이를 이유로 차별받고 무시당하지 않아야 하며 부당한 사회적 편견을 바꿀 권리가 있다.”
학생들은 “건축회사인 줄 알고 갔는데 막노동 현장, 취업하고 나니 해외 파견인 경우가 있었다”며 “취업 전 충분한 정보를 제공 받고, 노동법의 적용을 받으며 안전한 직장에서 현장실습과 노동을 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차별은 실습현장만 아니라 학교 안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회견에 참석한 또 다른 특성화고 2학년 B양(16)은 최근 학교에서 교사의 ‘빵셔틀’(매점 심부름)을 하는 학생을 목격했다. B양은 “선생님이 빵을 사오라고 하자 학생이 군대 선임에게 말하듯 ‘알겠습니다’하며 돈을 받아 매점에 다녀왔다”며 “장차 좋은 곳에 취업하려면 선생님의 추천도 중요하기 때문에 마치 직장이나 군대의 상사처럼 선생님을 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 사이에서도 선생님을 상사라 부르며 ‘상사가 까라면 까는 거지’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라고 덧붙였다.
실습생도 급여를 받고 일하는 노동자인 만큼 정당한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C군(16)은 현장실습을 한 학기에 두 달씩 나간다. 자격증이 여러 개여서 실습기간에 다양한 일을 했다. 다른 실습생들이 쉬는 동안에도 일을 해야 했지만 임금은 같았다. 그는 “학교와 회사 사이 계약서에 임금을 최저시급으로 정해두어서 여기에 해당하는 일당만 줄 뿐 추가 수당은 받지 못했다”며 “학습근로자도 일한 시간과 능력에 따른 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성화고 학생들의 권리를 지켜나가기 위해 학생들과 실습생의 요구를 10만 권리선언 운동을 통해 사회에 알려나가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을 개최한 특성화고권리연합은 서울·성남·수원·광주·인천 등 16개 광역 시·도에서 820명의 학생이 참여하고 있다. 다음 달 11일에는 정식 창립행사를 열 계획이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
“차별·무시 참으라고요?”… 특성화고 학생들의 권리찾기
입력 2017-10-30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