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가습기 살균제 평가’ TF 출범 후 한달 동안 회의 단 1번

입력 2017-10-30 05:01

내달말까지 운영 예정인데
심층 조사 사실상 어려워

피해단체, 감사원 감사 청구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단체인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이하 가습기참사넷)가 30일 가습기살균제 업체에 ‘면죄부’를 준 공정거래위원회의 직무유기행위에 대해 감사원 감사를 청구한다(국민일보 10월 26일자 1·5면 보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측은 최근 “가습기살균제 사건에 정치적 외압은 없다”는 김상조 공정위원장의 발언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가습기참사넷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위 감사청구서를 제출키로 했다. 가습기참사넷과 피해자 가족들은 박근혜정부 시절 공정위의 면죄부 판정을 규탄하고, 현 정부 들어서도 지지부진한 공정위의 진상규명 의지를 비판할 예정이다.

피해자 측은 특히 가습기살균제 사건평가 태스크포스(TF)가 가동 중인 가운데 나온 김 위원장의 발언을 부적절하다고 평가했다. 가습기참사넷 최예용 운영위원장은 29일 “김 위원장의 발언은 가습기살균제 TF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격”이라며 “문재인정부 개혁의 상징이라 얘기되는 김 위원장이 이 문제에 대해서는 진상규명 형식만 갖추고 슬쩍 넘어가려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 26일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관련 보고서를 모두 읽고 관련자를 면담한 결과 정치적 외압은 없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 지시로 지난달 29일 출범한 가습기살균제 TF는 지난 23일 위원 상견례를 겸해 첫 회의를 개최한 이래 ‘개점휴업’ 상태다. 공정위는 당초 TF를 공정위 출신 3명으로만 구성했다가 비판이 일자 박태현 강원대 교수를 추가로 선임했다. 이들 4명의 위원은 한 차례 회의를 가졌지만 권오승 TF 위원장의 해외 출장 일정 등을 이유로 다음 회의는 다음 달(8일)로 넘어간 상태다. TF는 11월 말까지 운영되기 때문에 심도 있는 조사가 물리적으로 어려워졌다.

또 TF는 관련자를 직접 면담하는 방식이 아니라 공정위로부터 관련자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전달받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공정위 소위원회의 면죄부 판정과 이후 재심의 검토보고서 묵살 등 여러 의혹에 대한 실체적·절차적 위법성을 밝히기 위해서는 당사자 직접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공정위의 삼성물산 합병 승인과 CJ 고발 외압 의혹 사건처럼 검찰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삼성과 CJ 사건 모두 공정위는 처음에 ‘외압 등 위법행위는 없었다’고 강조했지만 검찰 조사 및 재판과정에서 위법행위가 드러났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