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국회복귀’ 딜레마… 文대통령 연설? 트럼프 연설?

입력 2017-10-30 05:00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왼쪽 두 번째)가 29일 국회 본관에서 열린 '방송장악 음모 저지 특별대책회의'에 참석키 위해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한국당은 방송통신위원회의 MBC 방송문화진흥회 보궐이사 선임에 반발, 국정감사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대통령 연설하는 1일이냐
트럼프 연설하는 8일이냐
트럼프 연설만 들을 경우
‘사대주의’ 뭇매 맞을 수도
국감 보이콧 기조 재확인

자유한국당이 국회 복귀 시점을 고민하고 있다. 한국당은 현재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보궐이사 선임에 반발해 국정감사에 불참하고 있다. 그런데 다음달 1일 문재인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과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회 연설이 예정돼 있다. 당 내부에서는 문 대통령 시정연설을 계기로 국회 일정에 복귀하자는 의견이 나오지만 “끝까지 보이콧 투쟁을 하자”는 강경론도 만만치 않다.

한국당의 한 재선 의원은 29일 “문재인정부의 방송 장악 문제는 보수의 사활이 걸린 문제”라며 “여권의 행동 변화를 끌어내기 전까지는 장외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강력한 대여(對與) 투쟁 기조를 이어가기 위해 문 대통령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 연설 보이콧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연설까지 보이콧할 경우 북핵 위기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내분이 고스란히 드러나 국제적 망신을 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국당이 문 대통령 시정연설은 보이콧하고, 트럼프 대통령 연설에만 참석하기도 쉽지 않다. ‘사대(事大)주의’라는 비판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다음달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유남석 헌법재판관 후보자,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 일정이 줄줄이 있는 것도 한국당의 고민거리다. 야당이 활약할 수 있는 주요 무대인 국감과 인사청문회를 포기하고 장외투쟁만 고집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여당에 경각심을 줬다는 데 의미를 두고 국회로 복귀해 장내외 병행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이날 정우택 원내대표 주재로 열린 방송장악 음모 저지 특별대책회의에서 국감 보이콧 기조를 재확인했다. 다만 문 대통령 시정연설 참석 문제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문 대통령 시정연설 참석 여부에 대한 의견은 반반으로 엇갈렸다고 한다.

한국당은 30일 오전 의원총회를 열어 이후 대응 전략을 논의하기로 했다. 정 원내대표는 의총 참석 의원들에게 검은색 복장과 검은 넥타이를 착용할 것을 지시했다. 당 관계자는 “방송 장악으로 언론이 사망했다는 것을 알리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