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부터 수백억 부당 지원
‘올품’ 지분 증여 시기와 일치
공정거래위원회가 양계농장에 약품을 공급하면서 한국썸벧이라는 회사를 끼워 넣어 ‘통행세’(거래 중간에서 취하는 부당이득)를 몰아주는 하림의 불공정행위를 포착했다. 한국썸벧은 지난 5월 사업부가 분리되기 전까지 하림 김홍국 회장의 장남 준영(25)씨가 지분을 모두 보유한 올품의 100% 자회사였다.
29일 공정위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하림은 2012년부터 계열화 양계농장에 필요한 약품을 공급하면서 약품 대리점에서 직접 구매하지 않고 거래 단계 중간에 한국썸벧을 넣었다. 일종의 구매 대행을 하는 것이다. 공정위는 한국썸벧이 하림과 농장주 간의 거래에 끼어서 약품 대금의 10% 안팎을 이득으로 챙기는 것으로 판단했다. 한국썸벧이 이 거래를 위해 창고나 직영 대리점을 운영하는 등의 노력도 없이 서류상 거래행위만으로 부당하게 이득을 챙긴다고 봤다.
하림은 거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통합 구매라는 입장이다. 하림 관계자는 “2012년부터 한국썸벧을 통해 동물용 약품을 통합 구매하면서 농장도, 하림도 모두 이익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정상적인 거래라면 한국썸벧이 실질적으로 약품을 구매하는 행위, 이후 하림과 약품 가격을 협의하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두 가지 모두 존재하지 않는 점을 확인했다. 동물용 약품을 구매하면서 하림과 같은 비정상적 거래 구조를 갖고 있는 계열화 대기업은 한 곳도 없다.
공정위는 이런 방식으로 하림이 2012년부터 지금까지 한국썸벧에 수십억∼수백억원을 부당하게 지원한 것으로 본다. 김 회장이 준영씨에게 비상장회사인 올품의 지분 100%를 증여한 2012년에 이 같은 부당지원 행위가 시작됐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준영씨는 올품 지분 인수로 자산 7조원인 하림그룹 전체 지배권을 확보했다.
공정위는 지난 7월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의 첫 대상으로 하림을 선정하고 현장조사를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동물용 약품 통행세 의혹을 포함해 하림 총수 일가의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된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정현수 기자 zhibago@kmib.co.kr
[단독] 아들회사 끼워넣어 양계농장서 ‘통행세’ 몰아준 하림
입력 2017-10-29 18:21 수정 2017-10-29 2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