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한국시리즈 당시 정규시즌 4위로 가을야구 막차를 탄 두산 베어스는 기세등등했다.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에서 삼성 라이온즈를 맞아 적지인 대구에서 내리 2연승을 거뒀다. 상대 원투펀치 윤성환과 릭 밴덴헐크를 모두 무너뜨렸다. 더군다나 3∼5차전은 홈인 잠실에서 열렸다. 그런데 실책 하나가 시리즈 전체 승부를 좌우했다. 두산은 3차전 4회 1사 만루 위기에서 박한이의 병살타성 땅볼을 유격수 손시헌이 제대로 잡지 못하고 떨어뜨렸다. 손시헌의 실책은 나비효과를 불러왔다. 실책으로 한 점을 준데 이어 추가점수마저 내준 두산은 3차전을 내줬다. 결국 두산은 3승4패로 무릎을 꿇으며 다잡은 우승 트로피를 놓쳤다.
2014년 한국시리즈에선 넥센 히어로즈가 강정호의 통한의 실책으로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넥센과 삼성이 시리즈 전적 2승2패로 팽팽히 맞선 5차전. 넥센은 9회초까지 1-0으로 앞서며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9회말 1사후 야마이코 나바로의 타구를 넥센 유격수 강정호가 더듬는 치명적인 실책을 범했다. 결국 나바로가 1루에 살아나갔고, 박한이의 삼진 이후 채태인의 안타로 2사 1, 3루에서 최형우의 극적인 역전 끝내기 2루타가 터지며 경기를 내줬다. 3승을 먼저 올릴 수 있었던 넥센은 실책으로 승리를 상대에 헌납했고 다음 경기도 패하며 통한의 준우승을 거뒀다.
전문가들은 “한국시리즈에서 나오는 실책은 경기의 흐름과 분위기를 순식간에 상대방에 내줄 수 있을 만큼 치명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올 시즌 한국시리즈도 1∼4차전 모두 실책이 승부를 갈랐다. 1차전에선 KIA 타이거즈 안치홍이 4회초 1사 1, 2루에서 양의지의 병살타성 타구를 놓쳤다. KIA는 이후 밀어내기 볼넷으로 1실점했고, 3대 5로 패배했다. 2차전에선 두산 포수 양의지의 본헤드 플레이가 승부를 결정지었다. 8회말 1사 1, 3루에서 양의지는 3루를 향해 뛰고 있는 최형우를 먼저 잡으려다 3루 주자 김주찬을 놓치며 결승점을 헌납했다. 3차전에선 두산 선발 마이크 보우덴이 4회초 1사 1, 2루에서 보크를 범해 1사 2, 3루 위기를 자초한 뒤 안치홍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29일 열린 4차전에선 두산이 0-2로 끌려가던 7회초 2사 1, 2루에서 김주찬의 평범한 타구를 유격수 김재호가 놓치면서 2루 주자 고장혁이 홈으로 들어왔다. 두산은 곧바로 버나디나에게 적시타를 맞고 0-4가 돼 경기 흐름을 KIA에 내줬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한국시리즈, 작은 실책 하나가 승부 가른다
입력 2017-10-29 1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