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구장, 부동산중개업소, 식당 등을 찾아다니며 구두를 닦을 수 있도록 허락을 구했다. 수익금으로 좋은 일을 한다는 소문이 나서인지 구두를 닦고 거스름돈을 안 받는 분이 많았다. 더 수지맞은 일이 벌어졌는데 ‘구두 닦는 전도사님’ 이야기가 퍼져 나가면서 많은 분이 후원하기 시작했다.
간증집회를 인도해 사례비를 받기도 했고, 교회에 직접 오셔서 후원금을 전달하는 분도 계셨다. 신문에 소개되고 텔레비전에도 나왔으니 수지가 아니라 가히 대박이었다.
가만히 생각하면 신기한 일이었다. 가슴으로 낳은 아이들이지만 우리 아이들이 아닌가. 그 아이들을 위해 구두를 닦는 건 너무도 당연한데 하나님께선 수지가 맞게 해주셨다.
그해 여름. 탤런트 차인표 집사가 컴패션 홍보대사로 아프리카로 떠나기 전에 우리를 찾아와 카메라를 들이댔다. 케냐에 들러 후원아동인 에릭을 만나려 하는데 에릭에게 영상편지를 전해주겠다고 했다. 나는 에릭에게 이렇게 말했다.
“에릭, 사랑해. 컴패션을 통해 에릭을 만나 기쁘고, 또 하나님께 감사해. 네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교회도 열심히 다닌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기뻤어. 우리 에릭이 건강하게 잘 자라고, 하나님 열심히 믿고 나아가면 하나님이 네 앞길을 좋은 길로 인도해 주실 거야. 나는 에릭이 케냐에서 제2의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되도록 기도하고 있어. 앞으로 열심히 공부해 케냐의 멋진 지도자가 되기를 바라….”
나와 아내의 목소리를 담아 떠난 차 집사는 돌아올 때 이번에는 에릭의 모습을 담아왔다. 에릭이 공부하는 학교의 교실은 함석지붕에 흙벽으로 지은 낡은 집이었다. 어두운 교실에 케냐 지도가 걸려 있고, 나무토막으로 얼기설기 만든 창으로 햇살과 바람이 들어왔다.
에릭이 공부하는 자리가 보일 때 ‘아, 여기가 기도로 낳은 우리 아들 에릭이 공부하는 교실이구나’라고 생각하니 눈시울이 붉어졌다. 차 집사는 그곳 선생님들에게 우리 가족 이야기를 동영상으로 보여주었다. 선생님들은 그 영상을 보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고 한다. 루게릭병으로 제대로 말도 못하고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이 구두를 닦아 후원금을 보낸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소년 에릭은 어른스러웠다. 집 안에 성경이 있었다. 성경 속에는 우리가 보낸 편지와 우리 가족의 사진이 꽂혀 있었다. 에릭의 엄마는 우리에게 감사하다며 닭 한 마리를 삶아 들고 나왔다. 그 마음이 고스란히 영상을 통해 전해졌다. 차 집사가 돌아간 뒤에도 우리는 동영상을 보고 또 봤다.
에릭이 살고 있는 케냐의 열악한 삶을 보면서 우리가 너무 부자로 살고 있어 미안했다. 나는 아내에게 말했다. “여보, 우리에게 있는 돈을 에릭이 다니는 학교에 보내도록 합시다. 교실을 새로 보수하면 좋겠어요. 에릭이 공부하는 허름한 교실이 자꾸 눈에 밟혀요. 하나님께서 우리가 고쳐주기를 바라시는 것 같아요.”
아내도 동의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여러 분들이 약값에 보태라며 후원해 주신 돈을 그대로 모아두고 있었다. 차 집사의 수고 덕분에 에릭과 에릭의 가족이 더 가까이 있는 사람들로 다가온 사실이 신기하고 감사했다.
정리=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역경의 열매] 김정하 <12> 차인표씨 통해 케냐 후원아동과 영상편지 주고받아
입력 2017-10-31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