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국가정보원의 전방위 정치공작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의 칼끝이 본격적으로 조직 내부까지 향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은 29일 장호중 부산지검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2013년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 방해 의혹과 관련해서다. 장 지검장은 당시 국정원 현안 태스크포스(TF)에 속해 있었다. 검사장급 이상 현직 검사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은 것은 지난해 7월 진경준 전 검사장 이후 1년3개월 만이며, 현직 지검장이 소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27일에는 이제영 의정부지검 형사5부장을, 28일에는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를 불러 조사했다. 두 사람도 당시 국정원에 파견 근무 중이었다.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사안의 중대함과 적폐청산 수사의 정당성 및 동력 등을 확보하기 위한 검찰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남재준 국정원장 취임 직후 만들어진 현안 TF는 2013년 4월 압수수색에 대비해 빈 사무실을 심리전단 사무실인 것처럼 위장하고 조작된 자료를 구비하는 등 조직적으로 수사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재판 과정에서 국정원 직원들의 진술 내용을 사전 각본대로 연습시키고, 사후 감독하는 일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TF의 결정에 따라 국정원이 경찰의 댓글 사건 수사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그 브레인 역할을 한 장본인이 장 지검장을 비롯한 현직 검사 3명이라는 것이다. 구속된 TF 소속 김진홍 전 심리전단장 등 국정원 직원들도 파견검사들이 ‘세팅’을 주도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견검사들이 자신의 ‘친정’인 검찰 수사를 방해한 꼴이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안타깝고 정말 참담한 심정이라고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정원의 추악한 실체가 속속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건은 입을 다물기 어려울 정도로 경악스럽스럽다. 검찰은 윗선이 어디까지인지, 비호한 검찰 고위 간부들은 누구인지 등 한 점 의혹도 남기지 말고 진상을 철저하게 파헤쳐야 한다. 관련자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격하게 수사해 책임을 끝까지 물어야 할 것이다. 자기 식구의 부끄러운 환부도 과감히 도려내야 국민의 검찰로 거듭날 수 있다.
[사설] 검찰 간부가 국정원 댓글 수사 방해를 주도했다니
입력 2017-10-29 17: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