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이 형통” LH의 이유있는 변신

입력 2017-10-29 19:04
지난달 7일 경남 진주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에서 열린 근무복 패션쇼에서 박상우 사장(앞줄 가운데)을 비롯한 간부와 직원들이 모델로 나서 런웨이를 선보인 뒤 무대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LH 제공

박상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지난 5월 기업설명회에서 프레젠테이션(PT)을 위해 헤드셋 마이크를 착용한 채 무대에 올라 화제가 됐다. 공기업 최고경영자(CEO)가 PT를 위해 기업설명회 무대에 선 것도 처음이지만 민간 기업의 CEO처럼 프리한 스타일로 설명회를 진행해 더욱 눈길을 끌었다.

LH가 딱딱하다는 공기업의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LH 관계자는 29일 “공기업의 기업문화는 정부 정책을 집행하는 관료집단으로 인식될 정도로 다소 경직돼 있다”며 “더구나 LH는 주택공사와 토지공사의 통합 조직으로 크고 작은 갈등 해소와 구성원 융합을 위한 소통문화가 절실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박 사장이 먼저 나섰다. 기업설명회 무대에 오른 것에 그치지 않고 직원과 CEO가 대화와 소통을 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만들었다. 우선 월례조회부터 ‘CEO가 조회사를 하는 행사’라는 고정관념을 버렸다. 대신 직급이 낮은 평직원이 무대에 서서 특정 주제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발표하도록 했다. 확대간부회의도 좌석을 참석자 모두 균등하게 배치해 토론의 장으로 진화시켰다. CEO가 각 부서 직원들과 함께 식사하며 소통하는 ‘소화톡톡’ 프로그램도 수시 운영하고 있다.

직원들이 유연한 사고와 창의적 업무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하루 한 시간씩 직원들이 자유롭게 생각하고 자율적으로 일하는 ‘루바토 타임’을 만들었다. 루바토란 연주자가 곡을 자율적으로 해석해 템포를 바꾸어도 된다는 음악기호다.

매주 금요일은 정장 대신 청바지 등 캐주얼 복장을 입는 ‘진(jean)데이’로 정했고 직원이 원하면 자율적으로 강사를 초빙해 강의를 듣고 토론하는 팝업(Pop up)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엔 사내 직원 패션쇼에 간부와 사원들이 모델로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회의문화에도 변화를 줬다. 회의나 토론을 할 때 끼어들어 상대의 말을 막는 일이 없도록 ‘토킹스틱’을 도입했다. 토킹스틱은 인디언 부족의 회의문화로 지팡이를 받아야 발언할 수 있다.

레드팀(Red team)도 운영 중이다. 이 팀은 회의나 토론을 할 때 상급자나 기획자 중심의 잘못된 판단에 대해 선의의 비판 역할을 하게 된다. 활발한 토론을 유도하고 사각지대의 문제점을 사전에 발굴 보완하자는 취지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