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서승원] 日 자민당 총선 승리를 읽는 법

입력 2017-10-29 17:44

아베 신조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지난 22일의 중의원 선거(총선)에서 2012년 12월에 이은 대승을 거뒀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다음처럼 평했다. “자민당 단독만으로도 절대 안정 다수를 크게 웃돌았다. 우리 당이 3차례 연속 의석 과반수를 확보한 것은 거의 반세기 만의 일이다. 한 사람의 당 총재 아래서 3차례 모두 승리한 것은 60년 전의 창당 이래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결과는 자민당이 공시 전과 동일한 284석, 입헌민주당이 15석에서 55석으로 약진. 의석수가 465석으로 10석 줄어든 점을 고려하면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국내 언론사 사설을 보면 명쾌하지만 단순하다. 아베 정권이 장기집권을 굳혔다. 개헌으로 전쟁할 수 있는 국가가 될 것이다. 트럼프, 푸틴, 시진핑과 더불어 스트롱맨의 입지를 굳혔다. 과거사 문제와 한·미·일 북핵 공조를 고려한 대일 외교가 필요하다 등. 하지만 보다 다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우선 일본 국내정치 문맥에서 보면 1990년대 중반 소선거구제 도입을 비롯한 일련의 정치개혁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보여주었다. 개혁의 지향점은 정권교체가 가능한 정치 실현, 그리고 총리·총리관저 권한 강화였다. 결과는 정권교체가 아닌 ‘1강 다약(一强多弱)’ 구도였다. 독보적인 자민당과 분열된 군소 야당의 난립. 자민당에 직접적인 승리를 안겨준 일등공신은 다름 아닌 최대 야당 민진당의 분열이었다.

총선 직전 민진당의 마에하라 세이지 대표는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이끄는 희망의 당에 합류를 표명했으나 희망의 당이 민진당 출신 후보자들 가운데 일부를 배제함으로써 이들은 희망의 당, 입헌민주당 그리고 무소속으로 잘게 쪼개졌다. 게다가 야당 내 선거 공조도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소선거구에서 자민당이 48%의 득표율로 의석의 75%를 손쉽게 챙긴 배경이다.

보다 본질적으론 야당이 유권자들에게 민주당 정권의 실패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주지 못한 점이다. 야당 측이 입헌민주당 또는 무소속으로 다시 결집한다 해도 유권자의 신임을 되찾지 못하면 정권교체는 당분간 요원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정권교체라 함은 진보-보수 간이 아닌 보수 2대 정당 간의 교체를 의미한다.

총리·총리관저의 권한은 대폭 강화됐다. 개인정보보호법이나 안보법제 등은 아베 총리의 주도에 의한 바가 크다. 아베 총리의 초장기 집권도 거의 확실해졌다. 내년 9월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아베 총리가 3선에 성공한다면 전후 최장수 총리로 기록될 것이다. 앞으로 아베 총리는 숙원인 개헌을 본격 추진할 것이다. 총선 과정에도 헌법 9조의 교전권 부인 및 전력 보유 금지 규정은 그대로 두되 자위대의 존재를 명시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2015년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허용 결정으로 일본은 제한적이지만 이미 전쟁이 가능한 국가가 됐다.

물론 쉽지만은 않다. 여당 자민당·공명당은 개헌 발의에 필요한 중의원의 3분의 2 이상을 확보했다. 하지만 공명당은 9조 개정에 난색을 표한다. 참의원에서 공명당이 협조하지 않으면 3분의 2가 되지 않는다. 국민투표를 실시할 경우 유권자 과반수 이상이 찬성할지도 불분명하다. 이번의 자민당에 대한 지지가 개헌을 내건 아베 총리 또는 아베 내각에 대한 지지로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아베 총리는 북한 문제를 ‘국난’(國難)으로 규정하고 총선 쟁점화를 꾀했다. 대외적 위기의식을 부채질해 지지를 획득하는 포퓰리즘의 전형적인 예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 결정 당시엔 중국위협론을 활용했다. 단, 아베 외교가 트럼프식 자국 제일주의나 배외주의를 추구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자유무역주의를 신봉하며 보호무역주의에 반대한다. 아시아·태평양의 정치·안보질서를 유지하고자 한다. 국익 중심의 현실주의 패러다임이 아닌 지역의 공통이익에 방점을 둔 자유주의 패러다임에 입각한 한·일 간 협력이 바람직한 이유다.

서승원 고려대 교수·글로벌일본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