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도 홍준표도 싫다” 한국당 최대계파는 ‘양비론파’

입력 2017-10-28 05:00
해외 국정감사를 마치고 입국한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이 27일 오후 인천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나 자신에 대한 당의 탈당 권유 징계를 비판하고 있다. 최 의원은 “징계 처분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뉴시스

서청원·최경환 탈당 권유 징계와
박근혜 제명 놓고 내주 충돌 예고

최경환 “군사작전 하듯… ” 반발
일각 “보수 궤멸 前 자멸할 수도”

홍 ‘성완종 리스트 녹취록’ 관련
“서청원, 깜냥도 안 되면서 덤벼”


자유한국당 내부에서 양비론(兩非論)이 확산되고 있다. 친박(친박근혜) 세력도 싫고, 홍준표 대표도 싫다는 것이다. 한국당 내 최대 계파는 친박이나 친홍(친홍준표)이 아니라 ‘비박비홍(非朴非洪)계’라는 얘기마저 나온다. 홍 대표 측과 친박은 다음 주 초 ‘박근혜 제명’과 서청원·최경환 의원 탈당 권유 징계를 놓고 ‘진흙탕 싸움’을 재개할 태세다.

한국당 한 의원은 27일 “국민들은 한국당의 싸움에 혐오와 분노를 느끼고 있다”며 “현 정권 인사가 ‘보수를 궤멸시켜야 한다’고 했는데, 이렇게 가다가는 궤멸당하기 전에 자멸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은 “국민들이 손가락질하는 싸움을 벌이는 친박과 홍 대표 모두 싫다는 비박비홍계가 지금 한국당의 절대 다수”라며 “홍 대표 측과 친박 모두 한국당 의원들이 자신들 편을 들어줄 것이라는 착각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면충돌은 피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홍 대표가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는 28일 이후 갈등이 재점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친박들은 이르면 30일 열리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수(數)의 힘으로 ‘박근혜 제명’을 부결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를 위해 친박들은 최고위 의결을 ‘기명 투표’로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입장이 애매한 일부 최고위원들을 압박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홍 대표 측 핵심 인사는 “최고위 의결이 표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표결을 거치지 않고 ‘박근혜 제명’을 밀어붙이겠다는 의도다. 홍 대표가 충돌을 피하기 위해 당분간 최고위를 열지 않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을 방문 중인 홍 대표는 ‘성완종 리스트’ 관련 녹취록이 있다고 주장한 서청원 의원을 겨냥해 “깜냥도 안 되면서 덤비고 있다. 정치를 더럽게 배워 수준 낮은 협박을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홍 대표는 인사 청탁 의혹을 받고 있는 최경환 의원에게는 “더 큰 시련이 있을 것이니 잘 대비해야 한다”고 비꼬았다.

최 의원은 “코미디 같은 경우”라며 반발을 이어갔다. 유럽 재외공관 국정감사를 마치고 귀국한 최 의원은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정감사로 해외에 오래 나가 있는 상황을 뻔히 알면서 군사작전하듯이 징계 처분을 내리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징계하려면 최소한의 소명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반문한 뒤 “지금이라도 홍 대표가 바로잡는 것이 문제를 푸는 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친박들은 이르면 이번 주말 모여 대응책을 논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에서는 홍 대표를 퇴진시켜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홍 대표 측도 “당 분열 책동세력에 동조하는 의원들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맞대응하고 있다. 최악의 충돌로 한국당이 쪼개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당의 이전투구(泥田鬪狗)로 스텝이 꼬였던 보수 통합 움직임도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이 유럽 국감을 마치고 귀국함에 따라 다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