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사드 출구찾기’ 다양한 채널서 물밑 접촉

입력 2017-10-28 05:00
최근 중국의 사드 보복 완화 움직임과 맞물려 중국 관광객들의 한국 방문이 예년 수준으로 회복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은 중국 관광객들이 많이 찾았던 서울 중구 명동 거리의 지난 26일 모습. 뉴시스

양국, 갈등 연내 매듭 공감
이견 표출 소지 사전 조율

靑, 사드보복 입장표명 없을땐
‘대중 저자세 외교’ 비판 우려

발묶인 中 사업 조금씩 숨통
경제·민간 분야 호전 분위기


한국과 중국 양국은 사드(THAAD) 갈등을 어떤 식으로든 매듭지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이를 위해 양국 간 다양한 채널에서 물밑 접촉이 이뤄지고 있다.

청와대는 우선 사드 문제를 연내 추진 중인 한·중 정상회담 때 의제에 올리지 않는 방안을 최선으로 보고 있다. 정상간 이견이 표출될 소지를 없애 한·중 정상회담을 양국 관계 개선의 확실한 신호탄으로 삼겠다는 취지다.

지난 6월 말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 때도 양측은 사전 조율을 통해 사드를 주요 의제로 삼지 않았던 전례가 있다. 대신 문 대통령은 방미 기간 미국 의회의 상·하원 지도부를 연달아 만나 “사드 배치 번복에 대한 의구심은 버려도 좋다”고 강조했다. 첨예한 현안을 피해가는 일종의 우회로였던 셈이다.

이런 구상이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통할지 주목된다. 일단 경제, 민간 분야에선 관계 호전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남은 건 중국 정부의 태도 변화다. 현재 중국은 사드 배치 결정으로 자국의 전략적 안보이익이 침해됐다는 점을 한국이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드 철수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자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야 사드 보복 중단 등 다음 단계를 논의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가 사드 보복 조치에 대한 언급 없이 ‘중국의 우려를 이해한다’는 수준의 입장을 밝힐 경우 논란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 연내 방중 및 정상회담 성사에 급급해 저자세 외교를 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27일 “중국은 현실화되지 않은 안보 이익 침해를 빌미로 한국에 무차별 경제보복을 가해놓고, 실제 발생한 피해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한·중 관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면 이 문제를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중국 측에 사드 배치 관련 입장 발표를 검토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부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중국이 정상회담에 앞서 한국 정부에 사드 유감 표명 등 전제조건을 요구한 적이 없다”며 “그런 요구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입장 표명을 고심하고 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재계에선 한·중 관계 개선 기류에 맞춰 발이 묶여있는 중국 사업이 조금씩 숨통을 트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LG디스플레이의 중국 광저우 합작법인 설립 승인을 기술유출 우려를 이유로 보류한 상태다. 삼성전자의 중국 시안 메모리반도체 공장 증설 계획 역시 정부가 칼자루를 쥐고 있다. 업계에선 정부가 조만간 이들 사업계획을 승인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산업부 관계자는 “한·중 정상회담에 맞춰 정부가 ‘깜짝 선물’을 내놓을 것이라는 얘기는 추측에 불과하다”며 “투자 결정·승인과 양국 관계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권지혜 유성열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