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보고받은 내용을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정말 참담한 심정입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2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검찰 개혁의 성과보다는 내부를 수사하는 현실부터 밝혀야 했다.
2013년 국가정보원 파견검사 일부가 당시 국정원 댓글수사팀의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압수수색을 받는다는 사실이 국감 시작 직전에 전해졌기 때문이다. 일부 법사위원은 “압수수색 보고를 받았을 때 조직의 총수로서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춘석 의원은 2013년 법무장관이던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이 사건에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파견검사들이 과감하게도 자신들의 ‘친정’ 격인 검찰 수사를 방해했다면 이는 국정원장의 지시라기보다 검찰 내부의 지시가 아니었겠느냐는 추론이었다. 이 의원은 “황 전 장관을 비롯해 당시 댓글수사팀에 외압이 있었는지, (외압을) 비호한 검찰 고위간부들은 누구였는지 수사해야 이 수사가 완결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도 이 사건을 언급하며 “엄격하게 수사해 엄벌해 달라”고 촉구했다. 문 총장은 “법을 어기면 결국 낱낱이 다 드러나게 된다는 점을 유념하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국감 내내 전 정권의 적폐청산 작업을 제대로 수행해야 검찰이 신뢰를 되찾는다는 주문이 계속됐다.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검찰이 온갖 오물을 껴안는 큰 하수종말처리장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며 “동료의 잘못도 수사로 바로잡고 정의를 세우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이 향후 검찰의 규명 과제로 든 것들은 2013년 혼외자 문제가 불거져 사퇴한 채동욱 전 검찰총장에 대한 ‘찍어내기’ 의혹, 2008년 대검 중수부의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논두렁 시계 망신주기’ 의혹 등이었다. 문 총장은 “수사 의뢰가 접수되면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답했다.
많은 의원이 세간의 유행어가 된 “다스는 누구 것이냐”는 질문을 문 총장에게 던졌다. 2000년 BBK투자자문에 190억원을 투자키로 결정했던 다스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실소유했다는 의혹이 계속된 자동차부품 제조업체다. 2007년 검찰의 결론은 ‘다스가 이 전 대통령 소유라는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 이 전 대통령의 장남 시형씨가 다스 해외법인 대표직을 맡은 사실이 알려지며 의혹이 재차 불거졌고, 서울중앙지검에는 이 전 대통령 등을 고발한 사건까지 접수됐다. 문 총장은 “수사과정에서 밝혀질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답변했다.
문 총장은 이날 검·경 수사권 조정 요구에 대해 자치경찰제의 추진 과정에서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시각을 드러냈다. 문 총장은 “자치경찰제가 실효적으로 시행되고, 행정경찰이 수사경찰에 어떻게 관여하고 통제할 수 있는 것인지, 인권 친화적인 수사과정을 어떻게 확립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와 병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불참한 이날 국감에서 법사위원들은 추가 시간을 활용해가며 충분히 질의했다. 민주당 금태섭 의원은 제38대 한상대 검찰총장의 ‘업적집’을 들어보이며 “돈은 많이 들었는데 낯 뜨거워 읽을 수가 없다. 업적집을 만들지 않겠다고 문 총장부터 약속하라”고 재촉했다.
글=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사진=최현규 기자
文총장 “검사 3명 압수수색 정말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
입력 2017-10-28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