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을’ 목소리 커진다… 가맹점주 단체구성 협상 창구로

입력 2017-10-28 05:00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박기영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장, 최영홍 프랜차이즈 혁신위원장(왼쪽부터)이 27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프랜차이즈업계 자정 실천안 발표 뒤 손을 맞잡고 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제공

가맹본부의 ‘갑질’ 관행을 스스로 개선하겠다며 프랜차이즈업계가 자구책을 들고 나왔다. 파리바게뜨 롯데리아 씨유(CU) 등 100곳 이상 가맹점을 가진 가맹본부는 앞으로 가맹점사업자단체를 구성하는 것이 권고된다.

가맹본부들의 모임인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27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정 실천안을 발표했다. 실천안을 보면 가맹점이 100곳 이상인 모든 가맹본부는 1년 안에 가맹점사업자단체를 만들어야 한다. 단체는 가맹점들을 대표해 가맹본부와 협상에 나설 수 있다.

2015년 말 기준으로 가맹점 수가 100개가 넘는 브랜드는 344개로 전체 가맹점 21만8000여개 중 73%에 해당한다. 현재 가맹점 100곳 이상 가맹본부 중 가맹점사업자단체가 구성된 비율은 14%다. 협회는 이 비율을 90%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10년으로 정해져 있는 가맹계약 요구 기간을 무제한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지금은 가맹점 보호 명목으로 10년 계약 기간을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10년이 지나면 본부는 가맹점의 계약 연장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 일부 가맹본부는 이를 악용해 가맹점에 여러 불합리한 요구를 해왔다.

가맹계약 요구 기간이 무제한이 되면 본부는 계약갱신을 무기로 한 ‘갑질’을 할 수 없게 된다. 다만 이 부분은 가맹사업법을 고쳐야 하는 일이어서 현실화까지는 지켜봐야 한다. 협회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련 기관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업계는 또 ‘필수물품 지정 중재위원회’를 신설해 가맹본부가 반드시 필요한 물품만 필수물품으로 지정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가맹본부가 필수물품 납품에 끼어들어 가맹점으로부터 ‘통행세’를 받는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서다. 본부와 가맹점 간 불공정거래를 차단하기 위한 ‘불공정거래 예방센터’도 협회 내에 만들어진다.

발표된 실천안은 진일보한 것이지만 협회가 각 가맹본부에 이를 강제할 수 없어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협회 관계자는 “자정안을 따르지 않는 회원사는 징계하고 홈페이지에 명단을 공개해 협조를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기자회견에 참석해 “의미 있는 개선안이나 보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필수물품 지정을 최소화하겠다고 했는데 요건을 더 구체화한 기준이 필요하다”며 “협회가 가맹점의 애로요인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평가해 자정안에 계속 반영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