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성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판사 생활 초입이던 198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한 판결에서 소수의견을 접하고 “법관으로 새로 태어나는 느낌이었다”고 한다. 당시 대법원은 계엄포고령을 위반한 민간인에 대해 “비상계엄 해제 후에도 군법회의 재판권을 일시 적용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이일규 전 대법원장만은 소수의견에서 “다수설이 헌법정신에 눈을 뜨지 못해 헌법적 감각이 무딘 점을 통탄할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자는 “인간 존엄성과 가치를 규정한 헌법의 규범성과 중요성을 새삼스레 깨우쳤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이후 재판에서 헌법적 이념과 기본적 인권을 구현하려 애썼다. 85년 11월에는 초등학교 교감이 체벌로 손해배상 청구를 당한 사건을 맡아 교사의 징계권 남용이라 판단했다. 서울형사지법 판사 시절이던 91년 3월에는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사건으로 구속돼 변호인 접견이 불허되던 박노해 시인에 대해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는 접견을 허가하라”고 결정했다.
서울고법 재직 시절엔 “국가는 삼청교육대 피해자들에 대한 위자료를 인정하라”는 결정도 내렸다. 자유민주주의 국가란 국민이 존엄과 가치를 지니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실질적으로 담보하는 나라라는 취지의 설명이 뒤따랐다. 하지만 이 판결은 청구권 소멸시효 문제로 대법원에서 파기됐다.
이 후보자는 부산 출신으로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와 사법시험(19회) 합격 후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고법 부장판사, 법원행정처 차장, 서울중앙지법원장, 광주고법원장 등을 지낸 정통 법관이다. 광주고법원장을 지내던 2012년 9월 20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지명으로 헌법재판관에 임명됐다. 그는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에서 “사회의 밑바닥에서 고달픈 삶을 살지만 의연함을 잃지 않는 많은 국민이 있다”며 “그들이 내미는 손을 따뜻하게 잡고 함께 나아가는 재판관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에서 박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과 관련해 “대통령에게 부여된 ‘성실한 직책수행의무’를 위반했다”는 보충의견을 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이진성 헌재소장 후보자는… 헌법적 이념, 인권 구현 애써
입력 2017-10-27 1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