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중국 공산당 최고지도부를 장악했던 테크노크라트(기술관료)들이 사라지고, 문과 출신들이 권력 핵심부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면서 경제발전보다는 사회통제 및 관리가 더욱 중요해지는 시기로 진입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덩샤오핑 이후 중국 국가주석은 모두 이공계 출신이었다. 장쩌민 전 주석은 상하이교통대학 전기학과를 졸업한 후 자동차공장 엔지니어로 일했다. 칭화대학 수리공정과 출신인 후진타오 전 주석은 수력발전 엔지니어로 근무했다. 원자바오 전 총리도 베이징 지질학원 지질구조학과 석사 과정을 마치고 14년간 지질분야 전문가로 활동했다.
1997∼2007년 핵심 지도부도 이공계 일색이었다. 2002년 후진타오 1기 정치국 상무위원 9명은 전원 테크노크라트였다. 2007년 말 구성된 17기 상무위원은 9명 중 8명이 이공계였고 문과 출신은 베이징대학 법학과를 졸업한 리커창 총리가 유일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7일 “건국 초기 공산당 지도부는 농민, 군인, 혁명가 등이 차지했으나, 마오쩌둥 전 주석이 이공계 학과를 늘린 결과 기술관료 시대가 펼쳐졌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1950년대에 태어나 문화대혁명 이후 대학에 들어간 5세대 지도자들이 부상하면서 기술관료 시대가 저물고 있다.
실제 시진핑(習近平) 집권기에는 문·이과 구도가 정반대로 바뀌었다. 지난 25일 출범한 19기 상무위원 7명은 칭화대 화학과를 졸업한 시 주석 외에 리 총리를 비롯해 6명이 모두 문과 출신이다. 왕양은 1992년 중앙당교에서 정치경제학 학위를 받았고, 왕후닝은 푸단대의 국제정치학부 학장을 지냈다. 자오러지는 베이징대 철학과, 리잔수는 허베이사범대 정치교육과, 한정은 상하이 화둥사범대 정치교육과를 각각 마쳤다. 시 주석도 칭화대 출신이지만 베이징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시 주석 집권 1기인 2012년에는 7명의 상무위원 중 시 주석과 위정성만 이공계 출신이었다.
한편 중국 공산당은 지도부 선발 방식을 바꿔 개별면담을 통해 19기 지도부를 구성했다. 신화통신은 시 주석이 2개월에 걸쳐 직접 57명과 개별면담을 했고, 다른 18기 정치국 상무위원 6명도 모두 258명의 후보를 면담했다고 보도했다. 개별면담을 도입한 것은 저우융캉과 쑨정차이, 링지화 등 부패로 낙마한 고위관료들이 ‘회의추천’ 제도를 악용해 사전에 표를 모으거나, 뇌물을 제공하는 등의 불법 활동으로 고위직에 오르는 등 기존 제도의 폐단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중국 지도부 ‘문과 전성시대’… 기술관료가 사라졌다
입력 2017-10-27 19: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