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는 많이 봐도 발레는 처음이에요. 참 재밌네요. 또 보고 싶어요’라는 말이 나오게 할 겁니다.”
국립발레단이 평창동계올림픽 성공을 기원하며 준비한 ‘안나 카레니나’가 베일을 벗었다. 안무가인 스위스 예술감독 크리스티안 슈푹(48)이 내한했다. 지난 2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슈푹은 ‘이야기가 있는 감동의 발레’를 내세운다.
“작품 만들 때 염두에 두는 건 관객”이라는 슈푹. 그는 “무용수에게 발레 못지않게 연기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며 “감동을 주려면 캐릭터가 드러나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역 안나 카레니나에는 박슬기 김리회 한나래가 공동 캐스팅됐다. 기자간담회에 함께한 발레리나들에 대해 “이들에겐 기교 이상이 있다. 자기 안에 있는 뭔가를 끄집어내려는 노력이 돋보였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모두 유부녀라는 것도 화제가 됐다.
레흐 톨스토이 소설 안나 카레니나는 설명할 것 없는 명작이다. 뮤지컬 연극 영화 등으로 다양하게 변주돼 왔다. 19세기 러시아 상류사회가 무대다. 나이 많은 백작과 결혼해 어린 아들을 두고 있는 유부녀인 안나. 우연히 브론스키 백작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동거까지 감행한다. 하지만 사회적 편견과 아이에 대한 죄책감으로 서서히 피폐해져가는 그녀는 결국 비극적 선택을 한다.
이번 발레는 취리히발레단 예술감독인 슈푹이 안무해 2014년 초연했다. 초연 시 안무 무대 영상과 함께 의상이 예술적으로 뛰어나다는 평을 받았다.
국내에서 발레로 선보인 것은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슈푹 감독은 다른 안무가의 작품을 일부러 보지 않았다고 한다. 차별성은 음악에도 있다. 통상 러시아 작곡가 차이콥스키의 음악을 배경으로 하지만 그는 라흐마니노프의 선율에 기댄다. 더 러시아적이고 낭만적이어서다. 안나의 격정과 고독 등 내면을 표현할 때는 폴란드 작곡가 루토스와브스키의 음악이 쓰인다. 상류사회를 보여주는 군무도 있다.
이 작품은 평창올림픽 개막 다음 날인 내년 2월 10일부터 이틀간 강원도 강릉 올림픽아트센터에서도 공연된다. 창작 발레도 아닌 ‘수입 안무 발레’가 올림픽을 대표하는 공연이 될 수 있냐는 논란도 있다. 강수진 단장은 “전 세계적인 행사이기에 보편적인 사랑을 주제로 한 작품을 골랐다. 한국 발레의 수준을 보여주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슈푹은 강수진이 몸담았던 슈투트가르트발레단에서 안무가로 한솥밥을 먹은 적이 있다. 공연은 1∼5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발레로 보는 백작부인 안나의 욕망
입력 2017-10-29 18:54 수정 2017-10-29 2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