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옥 환경부 차관은 독일 뒤스부르크-에센대학교 생태연구소 연구원,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기후변화 행동 연구소 소장 등을 거쳐 온 ‘환경운동 1세대’이자 기후변화 전문가다.
안 차관은 취임 후 미세먼지 종합대책 수립, 물관리 일원화, 사드 환경영향평가 등 굵직굵직한 문제들을 연이어 맡으며 짧은 시간이지만 다사다난한 임기를 보냈다. 안 차관은 “그동안 취임 전부터 문제가 됐던 일들을 처리하는 데 바빴다. 물론 해결해야 할 부분이지만, 하루 빨리 정리하고 미래지향적인 환경정책에 집중하고 싶다”고 밝혔다.
-기후변화 관련 업무가 다시 환경부로 이관됐다.
▷그렇다. 박근혜정부 때 국무조정실이 기후변화를 담당하고, 배출권은 기재부가 관리했다. 여러 부처로 역할이 분산되다 보니 정책의 효과나 일관성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결국 문재인정부 들어 다시 환경부로 업무가 이관돼 11월 중에는 업무를 시작 하게 될 것으로 본다.
기후변화를 국내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된다. 세계적인 틀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국가적 책임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 기후변화는 단순히 환경문제가 아니다. 환경문제를 통해 경제와 사회 혁신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지금의 산업구조로는 기후변화대응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조건이지만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조건과 만난다면 오히려 경제를 스마트 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후변화 적응’에 대한 중요성 인식이 중요하다. 여름철 폭염으로 건강이 악화되고, 심하면 사망에도 이르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기후변화에 얼마나 잘 적응하느냐가 국가의 미래를 결정한다. 중요성이 크기 때문에 외국에서는 이것을 안보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에 대한 인식이 아직 부족하다. 정부는 물론 사회적으로 기후변화 적응의 필요성에 대해 제대로 인식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우리정부의 계획은 무엇인가.
▷새정부의 환경·에너지 정책 방향인 ‘저탄소 경제’를 위해 기존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수정·보완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서는 관계부처와 협업하고 민간 의견도 수렴해 투명하게 초안을 마련 할 예정이다. 또한 실효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따른 배출허용총량을 설정, 엄격하게 배출권을 할당할 것이다. 이외에도 친환경차 보급, 폐자원 에너지 활성화 등을 계획하고 있다.
-물관리 일원화는 무엇인가. 왜 중요한가.
▷물관리 일원화란 지난 20년간 환경부와 국토부로 분산돼있던 수량과 수질, 재해 등 물관리 기능과 조직을 하나의 체계로서 환경부로 통합 개편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체 용수의 40%가 농업용수로써 농림부에서 관리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차후의 과제로 남겨놓기로 했다. 국토부와 환경부의 물관리 기능을 봤을 때, 현재는 국토부가 수량 확보를 하고 있고, 환경부는 수질을 담당하고 있다. 두 가지를 통합했을 때 과거에 발생했던 업무중복과 예산낭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약 13조원의 경제적 효과가 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2030년까지 5만개의 신규일자리가 창출 될 것으로 본다. 불필요하게 사용되는 예산을 줄여 농어촌 등 취약 지역에 대한 지원을 늘릴 예정이다. 흩어졌던 기상·물관리 기능이 통합되기 때문에 홍수 및 재난 대응 시스템도 더욱 효율적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된다.
-사드 환경영향평가에 있어 환경부의 역할과 과제는 무엇인가.
▷평가의 주체는 국방부고, 환경부는 보고서를 검토하고 협의하는 역할을 한다. 쉽게 말하자면 숙제는 국방부가 해오면 우리는 숙제검사를 하는 일이다. 사드 전자파의 위해성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았다. 관심이 높았던 사안인 만큼 정치, 외교적 고려를 완전히 배제하고 환경영향평가 본연의 업무에 충실했다. 부족한 부분은 냉정하게 국방부에게 돌려보내 재검토하게 했다. 앞으로의 사드 환경영향평가에 대해서도 엄격한 원칙과 절차를 적용해 지역주민의 우려와 사회적 논란을 해소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환경정책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는가.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등의 활용으로 환경 현안을 해결 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고 생각한다. 특히 빅데이터를 활용해 미세먼지 등 환경오염에 대한 모니터링으로 예측 정확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뿐만 아니라 드론과 로봇을 활용해 접근이 어려운 지역을 감시하는 환경감시 고도화, 인력부족으로 단속이 어려웠던 소규모 사업장에 IOT기반 센서를 활용하는 것도 추진 중에 있다.
이러한 기술적 변화뿐만 아니라, 정책을 제안하고 의사를 결정하는 방식도 바뀔 것이라 본다. 휴대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상호 연결될 수 있다. 이를 통해 모든 국민들이 ‘환경 감시자’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애플리케이션을 깔고 실시간으로 오염상태, 생태계 변화를 실시간으로 확보 할 수 있게 되고, 환경정책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기회가 생길 것이다. 이러한 국민의 참여를 잘 담아낼 수 있는 플랫폼을 어떻게 만들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미세먼지 감축, 가능한가.
▷쉽지 않은 과제다. 불과 1년 전 박근혜정부에서 21년 까지 14% 감축을 목표로 세웠는데 벌써 두 배 강화된 목표를 세운 것이다. 쉽지 않은 과제지만 정부가 정책을 잘 펴고, 기업과 시민들이 참여를 잘 한다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총력을 다 한다면 31.8%까지 감축이 가능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정책이 추진 될 때 주변 조건에 따라 탄력을 받느냐, 주춤거리느냐에 따라서 결과가 좌우 될 것으로 보는데 이를 잘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산업부, 국토부 등 타 부처와 관련된 정책이 많아 해당 부처들과 협력을 잘 이끌어 내고자 한다.
이은철 쿠키뉴스 기자dldms8781@kukinews.com
[공복에게 듣는다] 안병옥 환경부 차관 “국민 모두 환경감시자… 잠시도 긴장의 끈 풀지말자”
입력 2017-10-29 1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