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부터 '작은 루터' 되고자 합니다

입력 2017-10-28 00:00
종교개혁 500주년은 한국교회뿐 아니라 그리스도인 모두에게 자기갱신의 시간을 갖게 했다. ‘나부터 새로워지겠다’는 다짐을 통해 스스로 거듭나는 삶을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사진은 독일 드레스덴 프라우엔교회 앞에 세워져 있는 마르틴 루터 동상.
2017년 10월 31일은 마르틴 루터가 종교개혁을 일으킨 지 500주년이 되는 날이다. 한국교회와 성도들은 이때를 기념하며 한 해를 의미 있게 보내고 있다. '나부터 새로워지겠습니다'라는 캠페인에 동참하며 자기갱신의 기회로 삼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보자. 과연 한국교회와 우리, 그리고 나는 가슴 저 밑바닥에서부터 늘 새로워지고 있는지 말이다.

지난 23∼24일 미션라이프 페이스북을 통해 이 땅의 ‘작은 루터’로 살고 있는 페친(페이스북 친구)들에게 ‘종교개혁 500주년이 나에게 주는 의미’에 대해 물었다. 이들은 “하나님 앞에서 나를 매일 점검하고 개혁하고 있다”고 했다. “교회는 끊임없이 개혁돼야 한다”는 루터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있었다.

개혁의 첫발은 ‘나부터’

김동조(48) 목사는 “진정한 개혁은 다른 사람, 우리가 아닌 바로 나부터 달라지고 변화되는 것”이라며 “말씀 앞에서 참된 회개와 간절한 기도가 이뤄지고, 성도들 간 사랑스런 교제가 이뤄질 때 초대교회의 바른 신앙인으로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고 했다.

김은조(36) 집사는 한국교회가 개혁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나와 우리는 괜찮겠지”라는 생각이라고 꼬집었다. 그래서 다짐했다고 한다. “나와 우리 가정부터 달라지기로 했어요. 첫째 가족 한 명 한 명을 작은교회, 서로를 귀한 그리스도의 지체로 대하기, 둘째 우리 교회뿐 아니라 이 땅의 교회를 위해 기도하기, 셋째 우리 교회를 아낌없이 사랑하며 함께하기, 넷째 건강하고 건전한 신앙생활을 하는 가정되기 입니다.”

개혁의 첫걸음은 성경통독과 말씀묵상이었다. 수원 물근원교회 청년인 배고은(30)씨는 “종교개혁 500주년은 너무나 멀고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늘 가까이 두고 항상 생각해야 할 사건”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교회 셀원들과 하루 종일 성경을 읽는 통독데이를 가졌고 매일 말씀 한 구절을 정해 카톡으로 공유하면서 성경을 읽고 있다”고 전했다.

성경필사를 하거나 말씀공부를 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시호(50)씨는 지난달 10일 사도행전을 시작으로 현재 골로새서 말씀을 필사하고 있다. 신실한 하나님만을 바라보고 의지하기 위함이다. 이정호(29)씨는 “하나님 중심, 성경 중심, 교회 중심의 삶을 실천하기 위해 3개월 전부터 청년부에서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을 공부하며 개혁신앙에 입각한 하나님 말씀을 공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주님 닮아가는 삶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를 닮아가려는 사람이다. 그러니 주님에게 삶의 초점을 온전히 맞추고 살아야 한다. 이인순(56)씨는 이기적이고 배타적인 생활습관 버리기, 옆집에 누가 사는지 알아보고 도움이 필요한 것을 찾아 실천하기, 크리스천으로서 꺼림칙한 행동은 하지 않기 등을 생활 속에서 개선하고 실천했다. 목동중앙교회 청년인 이신복(31)씨도 주님 보시기에 부끄럽지 않게 행동하려고 애썼다.

항사리교회 김윤성(45) 집사는 ‘그리스도인의 말’에 무게를 뒀다. “예배를 마친 뒤 식당이나 커피숍에서 시끄러운 말로 누군가를 입에 담고 험담했던 일들을 깊이 반성합니다.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 우리의 입술을 잘 관리해야 합니다.”

먼저 손을 내미는 삶에 대해선 많은 이가 공감했다. 군복무 중인 강승혁(22)씨는 공동체 안에서 모든 일을 하는 데 있어 사랑으로 다가선다고 했다. 송예진(21)씨도 나눔이 풍성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건호(27)씨는 “나를 통해 오늘 하시고자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실천하는 그리스도인이 되겠다”며 “세상에서 손가락질 받는 그리스도인이 아니라 예수님처럼 사랑으로 세상을 섬기는 한 알의 밀알이 되고 싶다”고 했다.

해외에 거주하는 이들은 각자의 환경에서 주님 일을 감당하고 있었다. 일본인 마츠모토 도모야(35) 집사는 “나부터 복음으로 변화된 뒤 우상숭배하는 일본인들에게 주님을 전할 것”이라고 했다. 그리스 아테네에 거주하는 이정남(36)씨는 “전문 가이드로 일하면서 많은 성도를 만나는데, 그들에게 제대로 된 성경지식을 전달하기 위해 열심히 성경공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회개혁은 계속돼야 한다

페친들은 한국교회를 향한 애정 어린 조언도 잊지 않았다. 빛과 소금의 역할을 잃어버린 지금의 교회 모습에 대해선 목회자들의 자성과 반성을 촉구했다. 이단 사이비나 동성애 대책 등에 대해선 기도하는 마음으로 동역하겠다고 약속했다.

한상기(47) 목사는 “2000년 기독교의 역사는 ‘예수 그리스도가 이 세상에 온 것은 사람들의 의식과 삶을 변화시키기 위한 완전한 희생’이라고 가르쳐 왔다”면서도 “지금의 교회는 오히려 세상을 따라가는 모양새”라고 안타까워했다. “강단에서 선포되는 말씀의 권위는 떨어지고 목회자들의 도덕적 해이는 도를 넘어섰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바라보는 교회는 물질과 헛된 영화만을 좇는 세상적 기업으로 전락한 듯합니다.” 십자가 사랑, 예수님 사랑, 하나님의 말씀 안에서 ‘나부터’ 변할 것을 다짐했다.

500년 전 종교개혁자들은 잠든 그리스도인, 병든 성직자를 고치려고 생명을 내놨다. 종교개혁 500주년은 단순히 기념하고 지켜야 하는 날이 아니다. 기념사업으로 남길 것도 아니다. 종교개혁은 올해뿐 아니라 내년에도, 앞으로 계속돼야 할 과제다.

세계지도력개발원장 박조준(83) 목사는 “요나가 불순종해 다시스로 가는 배 밑창에서 깊이 잠들었을 때 풍랑을 만나자 그는 ‘이 풍랑이 나 때문이구나’라고 고백했다”며 “그렇게 회개할 때 소망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그리스도인은 책임을 밖으로 돌리지 않고 회개해야 한다. 낮은 자리에서 나눔과 섬김의 본을 보이는 시대의 파수꾼으로, 주님 주신 사명을 늘 새롭게 되새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 그래픽=이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