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마아파트, 결국 35층으로 재건축

입력 2017-10-26 21:26 수정 2017-10-26 23:41
은마아파트 재건축 조합설립추진위원회가 26일 기존 49층 높이의 재건축 설계안을 철회하고 서울시의 가이드라인을 받아들여 35층으로 짓기로 최종 결정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전경. 국민일보DB

은마아파트가 결국 서울시에 무릎을 꿇었다. 기존의 49층 고집을 꺾고 재건축 층수를 35층으로 낮추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은마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여 35층을 뛰어넘는 초고층 재건축을 추진해온 강남권 다른 재건축조합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조합설립추진위원회는 주민들로부터 최고 층수 35층 안과 49층 안 중 하나를 선택하는 동의서를 받은 결과 35층 안이 최종 확정됐다고 26일 밝혔다. 소유주 총 4803명 중 3662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이 가운데 71%인 2601명이 35층 재건축 안을 지지했다. 이에 추진위는 현재 28개동, 14층 높이의 4424가구 단지에 용적률 299.99%를 적용해 최고 35층, 5905가구(임대 800가구)로 재건축할 계획이다.

1979년 준공된 은마아파트는 2003년 추진위가 설립된 이후 49층 재건축 안을 고수해 왔다. 2010년 재건축 안전진단을 통과한 이후 서울시와 추진위는 2015년부터 5차례에 걸쳐 최고 층수 조정을 협의했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서울시는 3종 일반주거지역에 최고 35층까지만 지을 수 있도록 하는 ‘서울플랜 2030’에 따라 35층 재건축 안을 권고했지만 주민들은 49층 계획을 고수했다. 아파트를 고층으로 짓게 되면 용적률(사업부지 대비 지상건축 연면적 비율)이 높아져 일반분양 물량이 많아지기 때문에 조합원 추가 부담금이 줄어든다. 그러나 지난 8월 추진위가 제출한 49층 정비계획 안을 서울시가 반려하면서 주민들 사이에서 ‘49층 불가론’이 퍼진 것으로 보인다. 추진위는 다음달 서울시에 35층 관련 내용을 담은 정비 안을 다시 제출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은마아파트에 대한 정비구역 지정이 올해 안에 이뤄지면 내년 상반기에 조합설립 인가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결정이 호재로 작용해 8·2대책 이후 12억원까지 떨어졌던 전용 76㎡의 경우 13억7000만원 수준으로 호가가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연말까지 관리처분 인가를 신청하기엔 시간이 촉박해 내년부터 부활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은마아파트가 고집을 꺾으면서 강남권 다른 재건축 단지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은마의 재건축이 빨라지면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에 자극이 될 것”이라며 “압구정뿐 아니라 강남권 조합원들 사이에서 초고층 재건축에 대한 무리한 기대를 접고 사업 속도를 빨리 하자는 여론이 우세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