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63·여)씨는 지난 24일 경기도 하남시의 한 배밭 근처를 걷다 봉변을 당했다. 개 한 마리가 달려들어 왼손과 다리를 문 뒤 달아났다. 구급대원들이 긴급 출동해 김씨에게 파상풍 주사를 놓고 인근 대학병원으로 옮겼다. 김씨를 문 개는 주인 없는 개였다.
가수 최시원(30)씨 반려견에 의한 개물림 사망사고 후 관련 대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유기견’에 의한 피해는 여전히 사각지대다. 주인 없는 개에 의한 사고는 책임소재를 물을 수 없고 파상풍, 공수병(광견병) 등 감염불안 역시 높아 해결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높다.
실제 유기견 등 개에 물려 병원에 이송된 환자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 5월 말 충북 청주시에서는 초등학생이 버려진 진돗개에 물려 다리 인대가 파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진돗개는 119구조대에 포획됐지만 피해자는 누구에게서도 보상이나 사과를 받지 못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개에 의한 사고로 병원에 이송된 환자는 2014년 1889명에서 지난해 2111명까지 늘었다. 이 중 상당수는 유기견에 의한 피해로 추정된다.
유기견의 경우 예방접종 여부 등을 알 수 없다보니 감염에 대한 불안이 크다. 접종 이력을 확인할 수 없고, 야생동물과 접촉하면서 어떤 균이나 바이러스에 전염됐을지 역시 알 수 없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개의 구강에 있는 균은 반려견이나 유기견이나 별 차이가 없지만 공수병, 파상풍에 대한 위험은 유기견·들개의 경우가 더 크다”고 말했다. 이어 “버려진 개나 고양이에게 접근했다가 물리거나 긁혀서 병원에 오는 경우가 꽤 있는데, 이럴 경우 도움을 받아서라도 동물을 붙잡아 문제가 있는지 확인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책임소재 역시 따지기 어렵다. 반려견에게 물렸을 때 견주(犬主)의 관리의무 소홀이 인정되면 과실치상죄 등을 물을 수 있다. 반려동물에게 물린 피해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해 위자료를 받은 판례도 존재한다. 하지만 주인 없는 개로 인한 피해는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길이 없다.
전문가들은 유기견 구조를 확대하고 근본적으로 유기견이 생기지 않도록 반려견 관리체계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버려진 개는 6만2742마리에 이른다. 주인 없는 개가 늘면 유기견 관련 사고 가능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 동물권단체 케어 관계자는 “유기견이 떠돌아다니다가 사고를 당할 수 있고 사람에게 사고를 유발할 수도 있다”며 “일단 구조되면 보호소에서 주인을 찾거나 새로운 주인에게 입양될 길이 생긴다”고 말했다.
개가 유기됐을 때 주인을 찾을 수 있게 하는 동물등록제 역시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의 김현지 활동가는 “동물등록제가 있지만 여차하면 버릴 생각으로 등록을 하지 않는 사람이 많은 게 현실”이라며 “등록을 의무화하고 함부로 유기하지 못하게 법적인 제한조건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글=임주언 기자 eon@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더 위험한 유기견… 감염성 높고 보상도 못 받아
입력 2017-10-27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