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미폰 아둔야뎃 전 태국 국왕의 화장(火葬)이 26일 밤 수도 방콕에서 거행됐다. 세계 최장 기록인 70년간 재위하면서 태국 국민들에게 사랑받은 국왕이어서 마지막 떠나는 길은 엄숙하고도 성대했다.
푸미폰 전 국왕은 지난해 10월 13일 88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이후 1년간 애도기간을 거쳐 지난 25일부터 5일간의 장례식이 시작됐다. 총비용으로 30억 바트(1018억원)가 투입됐다.
운구와 화장이 진행된 26일이 장례식의 클라이맥스였다. 무게가 14t에 달하는 금색 전차에 실린 관을 군인 200여명이 들어 옮겼다. 운구행렬은 시신이 안치돼 있던 왕궁에서 화장터까지 2.5㎞를 이동했다.
화장터는 사남 루엉 광장에 더없이 화려한 형상으로 만들어졌다. 온통 금색으로 꾸며진 가운데 중앙에 수미산(불교의 우주관에서 세계 중심에 있다는 상상의 산)을 형상화한 50m 높이의 3층탑이 세워졌다. 고인으로부터 왕위를 물려받은 아들 마하 와치랄롱꼰 국왕이 직접 나무에 불을 붙여 장사를 치렀다.
장례식을 보기 위해 태국 전역에서 며칠 전부터 사람들이 몰려들어 노숙을 해가며 자리를 지켰다. 현지 언론은 이날 30만명 이상이 운집한 것으로 추산했다. 방콕에 오지 못한 사람들은 전국 85곳에 설치된 화장시설 축소 모형에 모여 조문했다.
세계 42개국의 왕족과 고위 인사들도 참석했다. 한국은 박주선 국회부의장, 미국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을 대표로 하는 조문단을 보냈다.
푸미폰 전 국왕은 실권은 없었지만 거듭된 군사쿠데타 속에서 나라를 안정시키려 부단히 노력했기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아버지’라 부르며 따랐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태국의 아버지’ 푸미폰 前 국왕, 14t 금색 전차 타고 ‘마지막 길’
입력 2017-10-27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