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잠 코스닥을 깨워라”… 금융당국, 팔 걷었다

입력 2017-10-27 05:02

기관투자 유인 위해 ‘새 벤치마크지수’ 개발 등 총력

금융 당국이 위기에 빠진 코스닥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코스닥 투자자에게 줄 ‘당근’으로 소득공제 혜택을 적극 추진한다. 기관투자가의 투자를 늘리기 위해 코스피와 코스닥 종목을 골고루 섞은 새 벤치마크지수도 개발한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코스닥 종목 분석 보고서를 늘리는 방안도 강구키로 했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6일 자본시장 혁신을 위한 간담회에서 벤처기업 및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과 이 같은 방안을 논의했다. 김 부위원장은 “세제 인센티브 제공, 신규 벤치마크지수 개발 등을 추진해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코스닥은 최근 사상 최고치 경신 랠리를 펼치고 있는 코스피에 비해 침체돼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네이버, 카카오 등 대형 정보기술(IT) 업체가 잇따라 떠나면서 ‘코스닥 하면 떠오르는 대표주’도 부족하다.

코스닥시장의 장기 수익률 자체는 오히려 코스피와 부동산 시장에 비해 높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013년 말 기준으로 지난 8월까지 코스닥지수 상승률은 31.6%에 이른다. 같은 기간 서울 강남 아파트값(27.7%), 코스피지수(17.5%), 전국 아파트값(10.7%) 상승률을 웃돈다.

그러나 최근 코스닥의 수익률은 코스피에 비해 지지부진하다. 지난해 말부터 지난 8월까지 코스피가 16.6% 오른 반면 코스닥은 4.2%에 그쳤다. 이 때문에 금융 당국은 파격적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 아파트는 투자 가치뿐만 아니라 실제 거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면 국내 주식시장은 별다른 장점이 없어 매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김 부위원장은 “미국 일본 영국 등 주요 선진국은 장기 주식투자에 소득공제 등 우대를 준다”며 “투자자에게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관련 부처와 적극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자본시장연구원 이효섭 연구위원은 “성장 잠재력이 있는 벤처기업 위주로 투자할 때 더 혜택을 주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은 코스피·코스닥 종목을 섞는 벤치마크지수도 개발키로 했다. 새 벤치마크지수를 만들면 이를 추종하는 기관 자금이 코스닥에 들어올 것이라는 생각이다. 지난달 기준 국내 연기금의 투자액 134조원 중 코스닥시장 투자는 3조원(2%)에 그친다.

코스닥시장 정보를 투자자들이 쉽게 구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코스피 종목에 비해 코스닥은 증권사 리서치센터 보고서의 절대적 양이 부족하다. 금융 당국은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하기로 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이런 방안에 환영하면서 신속한 정책 추진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세제 혜택의 경우 기획재정부와 협의해야 할 텐데 얼마나 빨리 추진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외국인과 기관의 차익 실현에 8.53포인트(1.24%) 내린 680.61로 마감했다. 코스피지수는 5거래일 만에 하락, 2480.63으로 장을 마쳤다. 오후 들어 외국인이 순매도로 돌아서 하락폭이 커졌다.

글=나성원 기자 naa@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