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의 첫해 경제 성적표가 ‘3% 성장 달성’에 바짝 다가섰다. 상승 엔진은 수출과 추가경정예산이다. 추석 황금연휴로 조업일수가 적었는데도 이달 수출은 고공비행 중이다. 수출 온기는 반도체를 넘어 석유화학, 자동차 등으로 퍼지고 있다. 일자리 추경의 효과는 아직도 여력이 남아 4분기에도 힘을 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출의존도가 높다는 게 문제다. 아직 내수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 1.4% 성장은 수출이 이끌었다. 특히 수출이 반도체에만 기대지 않았다. 수출은 반도체를 바탕으로 석유화학, 자동차 등 다른 업종이 상승세를 보여 전분기 대비 6.1% 성장했다. 추석연휴를 앞두고 예정된 수출 물량을 9월 말로 앞당긴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는 미국과 중국에서의 부진을 유럽에서 만회했다. 석유화학은 국제유가 상승의 영향으로 수출물량이 늘고, 이익률이 좋아졌다. 시장에서는 이런 분위기를 감안해 4분기에도 수출 호조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26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액이 267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 늘었다. 조업일수가 10일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4.5일이나 짧은데도 하루 평균 수출액(26억7000만 달러)은 지난해와 견줘 55.1%나 급등했다.
여기에다 추경을 중심축으로 하는 정부의 지출이 ‘깜짝 성장률’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 3분기 정부소비는 전분기 대비 2.3% 상승하면서 2012년 1분기(2.8%) 이후 22분기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추경은 4분기에도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에서 추경 효과의 기여도를 0.1∼0.2% 포인트로 추산했다. 정규일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올해 추경 집행률은 70%를 초과했고, 나머지 30%는 4분기 때 집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배정하고, 지방정부가 집행하는 시차를 고려하면 3분기 추경의 절반은 4분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수출과 함께 경제성장의 날개 역할을 하는 내수의 회복세가 더디다. 3분기 민간소비 성장률은 0.7%로 2분기(1.0%)보다 0.3% 포인트 하락했다. 그나마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분기에 2.4% 성장하면서 1분기(2.0%), 2분기(2.3%)에 이어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게 위안거리다.
국내 투자나 민간소비가 수출과 보폭을 맞추지 못하면서 경제 성장세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추경을 상당 부분 집행한 데다 수출을 미리 당긴 측면이 있기 때문에 4분기에는 3분기만큼 성장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3분기 소비성장률이 하락하는 등 민간소비 성장이 견조하지 못하고 고용지표도 불안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이어 “수출이 반도체에 집중돼 있고, 석유화학의 선전은 국제유가가 받쳐줬기 때문에 가능했는데 내년에도 이런 추세가 지속될지 확신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수출·추경이 ‘상승 엔진’… 4분기도 ‘쾌청’ 예상
입력 2017-10-27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