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진 이사 2명 선임 강행… 한국당, 국감 보이콧

입력 2017-10-26 18:03 수정 2017-10-26 23:26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KBS·EBS 국정감사가 열릴 예정이던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과방위 국감장이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절반 이상 비어 있다. 과방위 소속 한국당 의원들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를 선임한 방송통신위원회를 항의방문했다. 과방위는 오후 국감 중지를 선언했다. 최종학 선임기자

방통위, 이진순·김경환 선임
한국당 “우리 몫” 강력 반발
이효성 해임건의안 제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내기로
내주 이사장 불신임안 예상


방송통신위원회가 26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 선임을 강행하자 자유한국당이 ‘방송장악 시도’라고 비판하면서 국정감사 보이콧을 선언했다. 한국당은 이효성 방통위원장 해임건의안과 새 이사에 대한 임명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도 낼 방침이다.

방통위는 이날 방문진 이사진에 보궐이사 2명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을 비롯한 상임위원 5명은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비공개 전체회의를 열고 김경환(48)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와 이진순(54)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을 보궐이사로 선임했다. 임명되면 두 사람의 임기는 내년 8월 12일까지다.

박근혜정부에서 여권 몫으로 추천된 유의선 김원배 이사가 자리에서 최근 물러나면서 방문진 이사진은 두 자리가 공석이었다. 모두 9명으로 구성되는 방문진 이사진은 여권이 6명, 야권이 3명을 각각 추천할 수 있다. 이번에 2석이 더불어민주당 추천 인사로 채워지면서 방문진 이사진 구도는 과거 여권이 다수인 6대 3에서 현 여권이 다수인 4대 5로 역전됐다.

여당 다수로 재편된 방문진 이사진은 이르면 다음 주에 새로 임명된 이사들의 동의를 얻어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 불신임안을 이사회에 상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당은 방통위가 신임 이사 선임을 강행하자 정면으로 반발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오후 긴급 의원총회에서 “공영방송 장악의 전위대 역할을 하는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반드시 사퇴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법률자문단 논의를 거쳐 새로 임명된 이사들의 임명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도 내기로 했다.

방문진 이사 선임을 둘러싼 갈등으로 이날 예정된 국정감사 대부분이 파행을 빚거나 한국당 의원들이 불참한 상태로 진행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KBS·EBS 국감은 한국당 소속 신상진 위원장과 위원들의 불참으로 시작도 못했다. 오후에 잠시 과방위가 열렸지만 한국당 의원들 요구로 곧바로 감사 중지가 선언됐다. 행정안전위원회, 정무위원회 등에서는 한국당 의원들이 퇴장한 상태로 진행됐다.

민주당은 국감을 파행시킨 한국당을 강력 비난하면서도 국감을 일정대로 계속해 한국당을 압박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당 소속 상임위원장이 국감을 거부할 경우 위원장 직무대리를 통해 국감을 진행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제윤경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국정감사는 한 정당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이용되거나 중단될 수 없다”면서 “국감 전면 보이콧을 선택한 한국당은 국민에 대한 예의를 지켜라”고 비판했다.

글=노용택 강주화 기자 nyt@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