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주·김장겸 퇴진 수순… MBC 사태 새국면

입력 2017-10-26 18:38 수정 2017-10-26 21:38
고대영 KBS 사장(오른쪽)이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눈을 감은 채 앉아 있다. KBS 기자(왼쪽)가 고 사장에게 다가가자 국회 경위가 제지하고 있다(위 사진). 아래 사진은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국회에서 개최한 ‘문재인정부의 방송장악 규탄 결의대회’에서 ‘방송장악 STOP!’이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는 모습. 최종학 선임기자, 뉴시스

새로 선임된 김경환·이진순
MBC 경력의 진보 성향 인물
방문진서 여권 영향력 커져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진이 26일 여권이 다수인 구도로 재편되면서 MBC 사태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MBC 노동조합은 경영진 퇴진과 방송 정상화를 요구하며 53일째 파업 중이다. 방문진은 이르면 다음 주 고영주 현 방문진 이사장에 대한 불신임안을 이사회에 상정할 것으로 보인다.

여권 추천 이사 3명은 지난 23일 고 이사장 불신임안을 이사회 안건으로 상정해 달라고 방문진 사무처에 요청했다. 이 안건이 방문진 이사회에서 통과되면 고 이사장은 비상임으로 이사직만 수행하게 된다. 이사장은 이사 가운데 호선하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에 현재로선 여권 추천 인사가 새 이사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후 여권 추천 이사진을 중심으로 김장겸 MBC 사장 해임안을 상정해 처리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방문진은 MBC 사장 추천권을 갖고 있다. 하지만 김 사장이 해임 절차 등 법리상의 문제를 제기하며 해임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을 낼 수 있다. 한국당은 이미 법률자문을 받아 가처분 소송을 내겠다는 방침을 공표했다. 가처분 소송이 인용되면 MBC 사태가 법정 소송으로 치달아 장기화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그러나 방송가 안팎에서는 인용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는 분위기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방통위는 방문진 이사 선임권을 갖고 있고, 관례에 따라 여권의 추천을 받아 보궐이사를 선임했다”며 “소송이 제기될 경우 법원이 판단할 부분이지만 (방통위는) 법적 절차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명박정부도 2008년 정연주 KBS 전 사장 해임 과정에서 당시 여권이 추천한 이사 방석호 등 3명을 보궐이사로 임명한 적 있다.

새로 선임된 방문진 이사들은 MBC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진보 성향 인물들이다. 일본 조치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김경환(48)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이효성 방통위원장이 초대 회장을 맡았던 한국방송학회에서 총무이사로 활동했다. 김 교수는 교수 임용 전 MBC 전문연구위원으로 재직했다. 이진순(54)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은 연세대와 미국 럿거스대에서 미디어 전공으로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그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설립한 정책연구단체 희망제작소 부소장으로 일했고 현재는 정책 제안을 돕는 기관 와글 대표다. 이 위원은 유학 전인 1990∼2001년 MBC TV와 라디오 방송작가로 일했다. 두 이사가 임명될 경우 방문진에서 여권의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방문진 이사진 재편으로 MBC 사태의 실마리가 어느 정도 보이면서 비슷한 시기 파업에 돌입한 KBS 추이에도 관심이 쏠린다. KBS 사장 임명과 해임을 제청할 수 있는 KBS 이사회의 경우 현재 전체 11명 중 구 여권 추천 이사가 6명이고 현 여권 추천 이사가 5명이다. 여기서 구 여권 이사가 한 명 더 사퇴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보궐이사를 선임하면 여야 구도가 역전된다.

이렇게 되면 고대영 KBS 사장에 대해서도 해임 수순을 밟을 수 있게 된다. KBS 노동조합은 이날 보도 무마 대가로 국정원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고 사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고 사장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스스로 사퇴할 가능성도 있다. 방송계 한 관계자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영방송 사장을 해임하기 위해 여야가 이사진 구성을 둘러싸고 힘겨루기를 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글=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