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공수사 ‘안보수사청’ 신설 유력

입력 2017-10-26 18:05 수정 2017-10-26 21:34
사진=뉴시스

법무부나 총리실 산하에
“경찰 이관은 현실적 무리
다음달까지 개혁안 매듭”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회(개혁위)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법무부나 국무총리실 산하에 ‘안보수사청’을 신설해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과 국회 정보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경찰에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넘기는 대신 독립적인 외청을 만들어 대공수사권을 이관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국정원 관계자는 26일 “국정원에서 대공수사가 떨어져나갈 경우 안보수사 역량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외청 신설이 고려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자치경찰제 도입을 전제로 국가경찰 산하에 신설되는 안보수사국에 국정원 대공수사권을 이관하겠다고 공약했다. 비밀 정보기관이 수사권까지 가질 경우 자의적으로 수사를 진행하거나 수사 과정에서 간첩 조작 같은 탈법 행위를 저지를 우려가 있다. 외국의 경우 비밀 정보기관이 수사권까지 갖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과 자치경찰제 도입 시기를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 문제다. 개혁위는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이관 문제를 신속히 마무리 짓겠다는 입장이다. 논의가 길어질 경우 개혁 동력 자체가 훼손될 우려가 있어서다. 올해 말 활동을 종료하는 개혁위 입장에서 도입 시점이 불투명한 자치경찰제를 전제로 개혁안을 내놓기에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

경찰의 관심이 수사권 조정 문제에 쏠려 있어 대공수사권 이관에 관한 문제를 경찰과 심도 있게 논의하기 어렵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경찰에 권한이 지나치게 집중되거나 업무 영역이 비대해지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정보 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개혁위는 법무부나 총리실 산하에 외청이 아닌 ‘안보수사국’을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했다고 한다. 신설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안보수사국을 합쳐 특별수사국을 만들자는 의견까지 나왔다고 한다. 그러나 여러 이견에도 불구하고 대공수사권 이관 논의를 신속히 마무리하면서 안보 공백 우려까지 해소할 현실적인 방안으로 ‘안보수사청’ 신설이 우선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내부적으로도 일부 반론이 제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소 차관급 인사가 청장으로 오게 되면 대공수사 책임자 직급이 현재(안보수사국장·1급)보다 높아지게 된다. 국회 정보위 관계자는 “국정원이 저질러온 잘못된 관행들을 개선하기 위해 대공수사권을 이관하는 것인데, 오히려 외청 신설로 조직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개혁위는 다음달 8일까지 적폐청산 TF의 조사를 마무리하고 이후 조직 개혁안 마련에 집중할 계획이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