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3시10분 인천국제공항 3층 출국장. 괌으로 떠나는 티웨이항공기를 기다리는 승객들이 줄을 선 H카운터 입구에 ‘탑승 전 구두질의가 있으니 참고해 달라’고 적힌 입간판이 눈에 띄었다. 미국 교통안전청(TSA)이 숨겨진 폭발물 탐지 등 테러 방지 목적을 위해 지난 6월 28일 ‘긴급 보안조치’를 발표하고 미국에 취항하는 105개국 180개 항공사에 탑승객 보안검색 강화를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새 보안 규정이 본격 적용된 이날 인천공항 곳곳에선 혼잡을 우려해 평소보다 1∼2시간 일찍 집을 나선 승객이 많았다. 사이판으로 떠난다는 박모(41)씨는 “여행사를 통해 관련 내용을 듣고 4시간 전에 공항에 왔다”고 말했다.
인천공항에서 미국 본토나 미국령(괌, 사이판, 하와이)으로 떠나는 이들 가운데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와 델타항공 등 외국항공사를 이용하는 승객은 1차로 보안 인터뷰를 받아야 했다. 미국 본토까지 취항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TSA로부터 유예 승인을 받아 각각 내년 2월, 4월부터 강화된 검색을 적용한다.
검문검색이 강화됐지만 큰 혼잡은 없었다. 티웨이항공의 경우 2명의 보안요원이 승객 줄 가운데 서서 “몇 명이서 가시냐” “수하물 무게는 어떻게 되느냐” “미국에서 어느 호텔에 묵으시냐” 등을 꼼꼼이 물어봤다. 사이판과 괌으로 각각 오전 9시30분, 10시35분 비행기를 띄운 제주항공도 초록색 점퍼 차림의 직원 4명이 인터뷰를 진행했다. 가족과 함께 괌으로 떠나는 이모(39·여)씨는 “평소보다 10분 정도 더 시간이 걸린 것 같은데 큰 차이는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체크인 카운터에서 답변이 불분명하거나 의심스러운 행동을 보인 승객은 ‘요주의 인물’로 분류됐다. 이들의 탑승권에는 오른쪽 하단에 작게 ‘SSSS'라는 문자가 찍혔다. TSA가 정하는 ‘2차 보안검색 대상’이라는 뜻이다. 이날 요주의 인물로 분류된 승객은 탑승동과 여객기를 이어주는 탑승교에서 신발을 벗고 가방 등을 열어 보이며 항공사 보안요원에게 추가 검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행객 김모(38)씨는 “큰 불편은 없었지만 좀 유난스럽다는 느낌이 강했다”고 털어놨다.
국내에서는 큰 혼잡이 없었지만 전 세계 항공업계는 비상이 걸린 상태다. 미국 일간 USA투데이는 “매일 2100여편의 미국행 항공기에 탑승하는 32만5000여명의 승객에게 보안 인터뷰가 실시되면 전 세계 공항은 대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독일 루프트한자항공과 홍콩 캐세이퍼시픽항공 등 대형 항공사들도 주요 거점 공항에 추가 검색대를 설치하고 미국행 탑승객을 상대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보안 검색 강화 이후 반미 성향 단체의 미국 입국이 거부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민주노총 등 65개 단체 소속 청년들이 결성한 ‘방탄청년단’은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뉴욕 등에서 미주동포들 및 평화단체들과 도널드 트럼프 탄핵을 촉구하는 평화행동집회를 계획했지만 미국 당국이 입국을 불허했다”고 주장했다.
인천공항=박세환 기자, 구성찬 기자 foryou@kmib.co.kr, 사진=최현규 기자
미국행 보안강화… 호텔 어디? 일행 몇 명? 깐깐한 질문
입력 2017-10-27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