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마술은 복음 전달 위한 도구일 뿐”

입력 2017-10-27 00:00
복음마술사 김영곤 전도사가 21일 서울 강서구 방화동 열린교회에서 물을 포도주색으로 바꾸는 마술을 선보이고 있다. 이현우 기자
복음마술사 정민우 전도사가 2015년 미자립교회 청소년 수련회인 ‘흔적캠프’에서 복음마술 공연을 하는 장면. 엔터테인먼트M 제공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총회장 최기학 목사)은 지난달 19일 열린 정기총회에서 “마술을 교회 안으로 가져와선 안 된다”고 결의했다. 교회 전도행사 등에서 활용하는 마술이 복음 전달보다는 마술 자체가 목적이 되는 등 부작용이 커더 이상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교단 안팎에서는 “옳은 결정”이라는 의견 외에 “이른바 ‘매직 가스펠’(복음마술)은 복음을 전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라는 반대 의견도 만만찮다. 실제 마술을 이용한 전도행사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매직 가스펠이 펼쳐지는 현장을 직접 들러봤다.

마술로 성경 상황 시각화

지난 21일 오후 서울 강서구 방화동 열린교회(고창범 목사) 본당. 초등학생을 위한 문화예배가 시작되자 검은 복장을 한 ‘가스펠매지션’(복음마술사) 김영곤(50) 전도사가 등장했다. 그는 휴지를 찢어 손에 쥔 뒤 다시 온전한 형태의 휴지를 손에서 빼내는 마술을 선보였다. 아이들이 신기해했다. 그리고 김 전도사에게 이목을 집중했다. 김 전도사는 곧바로 휴지 마술의 원리를 아이들에게 소개했다. 이 마술이 김 전도사가 부린 ‘마법’이 아님을 아이들에게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마술 원리를 설명한 직후 본격적인 복음마술 공연이 이어졌다.

“예수님이 세상에 보여주신 첫 기적이에요.” 김 전도사는 투명한 물을 포도주색으로 바꾸고 다시 노란색으로 바꾸는 마술을 보여줬다. “와∼” 아이들이 탄성을 지르는 순간 김 전도사는 다음 공연을 바로 이어갔다. 그는 ‘죄’라는 큰 글자가 적힌 풍선을 하늘로 띄웠다가 다시 땅으로 끌어내렸다. 그리고 힘겨운 표정을 지으며, 풍선을 들어올리는 연기를 펼쳐보였다. “죄는 가볍게 짓지만, 그 죄는 우리에게 매우 무겁다는 의미”라고 김 전도사는 설명했다.

그는 풍선을 책상에 올려놓고 바늘로 풍선을 터뜨렸다. 그러자 ‘성령’을 상징하는 흰 비둘기가 풍선 안에서 나타났다. 김 전도사는 아이들 모두를 무대로 나오게 해 비둘기를 팔뚝에 한 번씩 올려줬다. 성령이 우리 각자에게 임한다는 퍼포먼스였다.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김 전도사는 “마술을 더 보여드리고 싶지만 정말 드릴 말씀이 있다”며 무대 뒤로 나가 인형극을 시작했다. 제목은 ‘부자와 나사로 이야기’(눅 16:19∼25)였다. 그는 “여러분도 나사로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하나님을 잊지 말고 착하게 살라”는 메시지를 아이들에게 건넸다.

“복음마술은 메시지 전달 징검다리”

현장에서 만난 복음마술사들은 마술을 금지한 예장통합총회 결정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가스펠매직용품 업체 JL매직 이주용 대표는 “마술을 통해 쉽고 재미있게 불신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며 “복음마술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술 중 하나”라고 했다. 17년째 문화사역을 펼치는 정민우 전도사는 “마술은 어디까지나 ‘쇼’라고 봐야 하는데 주술적인 내용이 담겼다고 해석하니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어린이 전도에 있어서는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복음마술의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주의사항도 복음마술사들은 숙지하고 있는 것 같았다.

김 전도사는 “복음마술은 복음 전달을 위한 징검다리로 쓰여야지, 공연의 메인이 돼서는 안 된다”며 “아이들의 심리를 알아내거나 자신을 신격화하는 마술을 써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마술을 금지한 예장통합 교단 소속이지만 복음마술사를 초청한 고 목사는 “마술 금지 논란은 이전에 음악 밴드가 교회에 처음 들어올 때 일었던 논란과 비슷한 느낌”이라며 “금지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실제 현장 사역자들을 불러 토론하고 바람직한 기준을 마련했더라면 더 좋았겠다”고 말했다.

문화선교단체 LJ미니스트리 대표 김민수 목사는 “복음마술도 도구의 하나로 활용하고 있다”며 “모든 문화의 주인은 하나님이시라는 슬로건에 충실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