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온통 야구 얘기로 웃음꽃
관중석 노란색 풍선 막대 물결
경기장에 못 들어간 사람들은
근처 포토존서 기념 사진 ‘찰칵’
경기의 승패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가을야구의 대미를 장식할 한국시리즈가 열린 광주광역시는 온통 축제 분위기로 들떠 있었다. 직접 야구장을 찾은 팬들만 신난 게 아니었다. 광주 시민들은 길거리와 식당, 택시 안에서도 오로지 ‘야구 얘기’ 하나로 웃음꽃을 피웠다.
이번 한국시리즈 1, 2차전은 2014년 개장한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진행된 첫 포스트시즌 경기라 홈팬들에게 의미가 남달랐다. 게다가 2009년 이후 8년 만에 돌아온 KIA 타이거즈의 한국시리즈 경기여서 더 반가웠다.
25∼26일 열린 KIA와 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 1·2차전은 모두 만원 관중(1만9600명)이 들어차면서 흥겨운 분위기가 연출됐다. KIA를 응원하는 팬들은 관중석에서 노란색 풍선 막대와 구단 깃발을 흔들며 열띤 응원을 펼쳤다.
대학생 윤소희(23)씨는 25일 “아직 시험이 남았는데 티켓 예매에 성공해서 친구들과 함께 야구를 보러왔다. 너무 즐겁고, 목이 터져라 응원했다”며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경기장 밖도 예외는 아니었다. 가족, 연인, 친구들과 함께 축제를 즐기러 온 팬들로 북적였다. 경기장 근처 포토존에서는 특별한 순간을 남기려는 팬들의 휴대전화 카메라 셔터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붉은색 KIA 유니폼을 입은 단체 응원단에게 승패는 숫자에 불과했다. 1차전에서 KIA가 3대 5로 졌음에도 경기장 주변에선 팬들의 함성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들은 “타이거즈 파이팅! 역전 우승 가자”고 외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26일 2차전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는 이어졌다. 일부 팬들은 2차전 경기 시작 3∼4시간 전에도 매표소 주변에 진을 쳤다. 한 남성팬은 “2차전이어서 예매 취소분이 없을 것 같다. 그래도 혹시 표가 생길지 몰라서 일찍 나왔다”고 말했다. 표를 구하지 못한 팬들은 경기장 밖에서 TV로 경기를 지켜보며 아쉬움을 달랬다.
식사를 위해 광주 곳곳의 식당에 모여든 시민들도 흥이 났다. 이날 만난 한 택시기사는 “전날 KIA가 1차전을 져서 기사들끼리 욕을 엄청 했다. 그래도 광주에서 한국시리즈가 열리니까 손님도 많고 좋다”며 껄껄 웃었다. 경기장 인근 한 식당의 주인은 “아무래도 큰 경기가 열리면 자연스럽게 매출도 늘죠”라며 프로야구 최대 축제를 반겼다.
팬들은 전신 해태 시절을 포함해 한국시리즈 역대 최다 10회 우승을 달성한 타이거즈의 저력을 확신했다. 1차전 패배에도 좌절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기적의 역전 우승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1989년 당시 해태는 빙그레 이글스(현 한화)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국보급 투수 선동렬이 등장했음에도 패했다. 하지만 2∼5차전을 내리 따내며 한국시리즈 최정상에 섰다.
광주팬들은 1차전에 문재인 대통령이 깜짝 시구자로 나온데 이어 2차전에서는 정세균 국회의장이 등장하자 환호했다. 광주에서 시작한 올 한국시리즈의 격이 높아졌다는 자부심도 있는 듯했다.
광주=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빛고을, ‘야구 축제’에 빠지다
입력 2017-10-26 18:54 수정 2017-10-26 2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