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뒷담] 편법 ‘파견’ 고치랬더니… ‘출장’으로 말만 바꾼 기재부

입력 2017-10-26 19:01 수정 2017-10-26 23:41

국정감사에서 공공기관 직원들을 편법적으로 파견 받아 사용했다는 지적을 받은 기획재정부가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파견→출장’으로 방식만 바뀌었을 뿐 인력지원 관행 자체는 그대로이고, 지원 인력들의 불편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재부는 그동안 관계부처 또는 공공기관과 일시적으로 협업이 필요한 경우 관행적으로 인력을 파견 받아 사용해 왔다. 공식적인 파견 절차는 거치지 않았다. 이렇게 올해 파견 받은 인력만 18명이었다. 박주현 국민의당 의원은 국감에서 “힘 있는 상급기관의 지위를 이용한 갑질과 다름없다”며 “인력을 지원받을 때는 공식 파견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었다.

그러나 기재부는 다소 ‘핀트’가 엇나간 개선 방안을 내놨다. 지원 인력의 원 소속 기관 파견 명령은 지양하고, 일시적 업무지원이나 출장을 활용하라는 내용이다. 파견 절차 없이 인력을 지원받는 현재 관행엔 변함이 없는 셈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예산안 편성 등 협업이 필요한 일이 많아 어쩔 수 없이 지원을 받아야 하는 측면이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인력충원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기재부는 지원기간을 제한키로 했다. 지원 인력 사용기간을 1년에 3개월 이내로 제한하고, 이때도 1주일에 3일만 지원 인력을 기재부 업무에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기재부에 업무지원을 나온 인력들이 원 소속 기관의 업무 수행도 병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기재부 안팎에선 누구를 위한 개선안인지 모르겠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공기관 관계자는 “앞으로 업무지원을 나가게 되면 1주일에 절반은 원래 소속 기관으로 출근하고, 나머지 절반은 기재부 지원부서로 출근해야 하는데 오히려 업무 효율성만 떨어뜨릴 것 같다”고 말했다.

세종=정현수 기자jukebox@kmib.co.kr, 삽화=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