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방분권, 자율성은 높이고 책임성은 강화해야

입력 2017-10-26 18:00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지방자치분권을 추진하기 위한 밑그림이 나왔다. 문 대통령 주재로 26일 오전 전남 여수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회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공개된 ‘자치분권 로드맵’은 5대 분야 30대 추진과제로 이뤄져 있다.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을 목표로 내걸고 임기 내에 추진할 지방분권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로드맵은 정부가 학계, 관계부처 등의 의견을 수렴해 마련한 초안이다. 중앙정부에 집중됐던 행정적 권한을 지방자치단체로 이양하고 지자체의 자치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 등이 담겼다. 법령 제·개정 시 자치분권 사전협의제 도입, 민생치안서비스 중심의 광역단위 자치경찰제 도입, 국세와 지방세 비중 조정, 지자체 공무원 정원 관리 자율성 및 조직권 확대, 직접참여제도 개선 등 다양한 내용들이 망라돼 있다. 지자체나 관련 학회 등에서 요구했던 과제들이 대부분 포함돼 있다. 로드맵은 1991년 지방의회 선거로 재도입된 지 30년이 다가오는데도 여전히 취약한 지방자치를 활성화할 청사진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중앙정부가 권한을 스스로 내려놓으며 지방자치 발전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지방자치는 주민들이 선출한 단체장과 의원들이 일정한 자율성을 갖고 지방사무와 국가 위임사무를 수행하는 제도다. 주민투표, 주민소환, 주민참여예산, 주민조례개폐청구제 등을 통해 주민들이 생활정치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풀뿌리 민주주의’의 교육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자체에 부여된 인사, 조직, 재정 권한이 제한적이어서 ‘무늬만 지방자치’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지역 특성에 맞는 국·실 하나 신설하는 게 쉽지 않고, 지방공무원 정원 조정도 중앙정부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 243개 지자체의 88%가 재정자립도 50% 미만일 정도로 재정도 취약하다. 지방자치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 정부는 지자체, 민간 전문가 등 각계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해 로드맵을 보완하고 실행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지방의 권한과 자율성을 확대하는 만큼 그에 걸맞게 책임성도 강화해야 한다. 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이 확대된 권한을 남용해 문제를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는 게 사실이다. 지자체 재정과 행정 관련 정보를 상세히 공개해 지방행정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비리를 범하거나 주민 요구에 반하는 정책을 남발하는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을 쉽게 퇴출할 수 있도록 주민투표, 주민소환 요건도 완화할 필요가 있다. 지역 간 재정 불균형을 완화할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지방분권은 헌법과 법률 개정 등을 통해 법적 근거를 확보해야 속도감 있게 추진될 수 있다. 정치권은 지방분권 강화를 위한 법적 토대 마련에 적극 협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