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전분기 대비)이 1.4%를 기록했다. 분기 기준으로 7년3개월 만에 최고치다. 시장 예상을 깬 ‘깜짝 성장’이다. 4분기에 0.6%의 평년작만 거둬도 올해 3.3% 성장률 달성이 가능하다. 2014년 3.3%에 이어 3년 만에 다시 성장률 고점에 오를 가능성이 대두된다. 한국은행의 다음달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부쩍 높아졌다.
한은이 26일 발표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를 보면 눈부시다. 수출이 고공행진을 했고,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 집행이 효과를 발휘했다. 북핵 리스크는 금융시장 변동성에만 영향을 줬을 뿐 실물경기 위축으로 옮겨붙지 않았다. 당초 3분기 0.9% 성장을 점쳤던 시장에선 1.4%로 나온 수치에 ‘GDP 서프라이즈’란 감탄이 터져나왔다.
수출은 2011년 1분기(6.4%) 이후 최고치인 6.1% 증가, 성장을 주도했다. 반도체에 편중됐다는 우려도 희석됐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석유화학제품이 호조를 보였고 기계류와 자동차도 선방했다. 8·2 부동산 대책으로 주춤할 것이라고 봤던 건설투자는 1.5% 증가했다. 지방자치단체의 추경 집행이 사회간접자본(SOC) 위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민간소비 역시 나쁘지 않다. 민간소비는 2분기 1.0%에서 0.7%로 수치는 다소 둔화됐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주면 2.4%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은 정규일 경제통계국장은 “완만한 회복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4분기에도 성장세가 이어질 확률이 높다. 중국의 사드 보복에 따른 교역 난제가 풀려가는 모양새이며 추경 역시 아직 절반밖에 집행되지 않았다. 사드 보복에 따른 올해 성장률 잠식 효과는 -0.4% 포인트, 추경에 따른 성장률 견인 효과는 +0.2% 포인트로 추정된다.
물론 내수가 완연히 회복된 것은 아니다. 내수의 성장 기여도는 0.5% 포인트에 머물러 순수출 0.9% 포인트에 한참 못 미쳤다. 국민의 체감경기가 지표와 괴리를 보이는 이유도 고용 부진 등 때문에 소비 회복이 늦춰지고 있어서다.
그럼에도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조건들은 무르익고 있다. 이주열 총재는 ‘경기와 물가의 뚜렷한 개선세’를 금리 인상의 조건으로 내세웠는데, 올해 잠재성장률(2.8∼2.9%)을 뛰어넘는 성장률 달성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정부의 가계부채 종합대책으로 취약계층에 대한 상환 지원책이 실시돼 금리 인상에 따른 부작용도 상쇄할 수 있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달 30일 열린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4분기 ‘마이너스 성장’ 해도 올해 성장률 3% 달성
입력 2017-10-27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