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부, 공공기관 ‘통합공시’ 축소 추진… 정책 역주행?

입력 2017-10-26 18:59

정병국 의원 국감서 지적
정보항목 늘어 부담 가중 이유

기재부 “타당성 검토 단계일 뿐”


정부가 공공기관 감시·견제수단인 통합공시제도를 축소개편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중요도가 떨어지는 공시항목을 삭제 또는 통폐합하겠다는 취지지만 일각에서는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정병국 바른정당 의원실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 9월 선진노무법인에 ‘공시항목 관리 등 통합공시제도 개선’ 정책연구용역을 맡긴 것으로 확인됐다. 기재부는 정책연구과제 신청서에 “현재 통합공시항목이 과다하고, 지나치게 세분화돼 있어 (통폐합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연구용역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 2006년 20개 수준이었던 공개항목은 2017년 40개로 늘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에 공개해야 할 정보항목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기관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게 기재부의 입장이다.

그러나 단순히 공공기관의 부담을 이유로 통합공시항목을 줄여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의원은 “알리오에 공개되는 통합공시항목은 대부분 공공기관의 방만한 경영을 감시·견제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3분기부터 도입된 공공기관 내부규정, 징계운영현황 항목 등이 대표적이다. 임원 연봉, 기관장 업무추진비, 임원 국외출장 내역 등도 임원진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감시하는 기능이 있다. 항목을 축소하게 되면 감시·견제 기능이 약해지면서 공공기관의 부실·방만 경영을 초래할 수 있고, 국민의 알권리 보장에도 반한다는 지적이다. 이런 이유로 국회와 감사원 등은 오히려 공시항목을 더 늘려서 공공기관 운영의 투명성을 더 높여가야 한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용역을 맡겨 각 항목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단계로 항목을 줄일지 여부 등은 결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용역 결과는 내달 말에 나올 예정이다. 기재부 내에서는 항목을 축소하는 대신 문재인정부가 강조하는 사회적 가치와 공공성 제고 등과 관련된 새로운 항목을 추가하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정현수 기자,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