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과 친박 청산을 놓고 자유한국당이 내분을 겪고 있다. 홍준표 서청원 두 전현직 대표의 말싸움은 정치 수준을 창피하게 만든다. 독선과 노추가 드러나고 세력이 얽혀 있는 당내 밥그릇싸움일 뿐이기 때문이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통합과 연대를 놓고 오락가락이다. 양당 내부에서는 정체성 시비나 노선 갈등으로 당이 쪼개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그 갈등의 밑바닥에는 영호남 지역주의가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그나마 있는 기득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몸부림이다. 야권 상황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지리멸렬 또는 각자도생이다. 정당이 노선과 정체성을 놓고 당 안팎에서 다투는 건 민주주의 체제에서 당연하다. 정치의 건강성을 내보이는 척도이기도 하다. 하지만 전제가 있다. 정치 행위에는 명분이 있어야 한다. 내가, 우리가 왜 이렇게 말하고 행동하며 결정하는지가 분명해야 한다. 보수 붕괴의 원인제공자 한국당은 성찰도 없이 출당만 시키면 다 해결된다는 식이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낮은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 산술적 결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문재인 정권은 출범 이후 논란이 되는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일부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놓긴 했지만, 적지 않은 정책들이 현실에 적용되면 더 나쁜 상황을 만들어낼 수도 있는 것들이다. 탈원전, 현실을 무시한 무조건적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노동개혁 없는 친노조 정책, 무차별 적폐청산 등이 그렇다. 무능이 점점 쌓여가는 분야도 있다. 부정적 과거 청산은 가득한데, 긍정적 미래 제시는 거의 없다. 그런데 야권 모두가 정파적 이해관계나 기득권 유지를 위한 내부 권력투쟁에만 골몰하고 있다. 그러니 국회 보이콧이나 말꼬리잡기식 반대 같은 구태 전략만 나오는 것이다.
야권은 분명히 국정 운영의 한 축이다. 집권세력이 긴장하며 균형 있는 정책을 추진하도록 하는 게 본연의 기능이자 책무이다. 지금 이런 야권의 기능이 무력화됐다. 정치 리더십도 없어졌다. 집권세력이 별 긴장감 없이 독주하는 상황을 야권이 만들어주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알량한 기득권을 놓치지 않는 수준의 정치로는 지방선거 결과도 뻔하다. 야권은 정신 차려야 한다.
[사설] 야권, 이러고도 문재인 정권 견제할 수 있겠나
입력 2017-10-26 1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