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범죄 온정적 판결 추세에 경종 울린 대법원

입력 2017-10-26 18:00
전남 신안 섬마을에서 여교사를 집단 성폭행한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7∼10년을 선고받은 학부모 3명이 2심 재판을 다시 받게 됐다. 대법원은 26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모, 이모, 박모씨 상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피고인들의 공모관계 등을 인정하지 않아 무죄를 선고한 일부 혐의에 대해 공모 범행이 인정된다며 사건을 파기 환송한 것이다. 한마디로 2심이 잘못돼 형량이 낮으니 재판을 다시 하라는 취지다.

지난해 5월 신안군의 한 섬마을 초등학교 관사에서 발생한 이 사건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가해자가 학부모였다는 점, 범행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했다는 점 등이 밝혀지면서 충격은 더했다. 결국 학부모 3명은 강간 치상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재판을 거듭할수록 형량은 줄어들었고 ‘솜방망이 처벌’ 논란은 커졌다. 1심에서는 “1차 범죄의 공모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각각 징역 18년, 13년, 12년을 선고했다. 각각 징역 25년, 22년, 17년을 내린 검찰 구형과 비교됐다. 2심에서는 각각 징역 10년, 8년, 7년으로 대폭 줄었다. 감형 이유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점을 들었다. 처벌이 가볍다는 여론이 들끓었고 항의 집회까지 열렸다.

해마다 성범죄가 늘어나고 범죄 수법도 갈수록 엽기적이고 흉악해지는 데 반해 법원은 국민적 법 감정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2012년 성범죄 양형 기준이 강화됐음에도 성범죄 집행유예 선고율은 2012년 43.6%, 2013년 52.3%, 2014년 66.5%로 오히려 증가 추세다. 미국은 성범죄에 대해서는 집행유예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온정적 판결 추세에 경종을 울린 대법원의 이번 판단은 그래서 의미가 크다. 대법원의 취지는 2심에서도 유지돼야 마땅하다. 사회 기반을 흔드는 성범죄자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