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2기 출범] 권력누수 걱정 없이 ‘강한 지도력 발휘’ 기틀 마련
입력 2017-10-26 05:01
이변 없었던 시 주석의 장기집권 시나리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장기집권을 위한 시나리오에 이변은 없었다. 당초 ‘시진핑 사상’이 중국 공산당 당장(黨章·당헌)에 명기돼 마오쩌둥 반열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나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은 실현 불가능한 얘기로 들렸다. 하지만 시 주석과 측근들은 치밀한 이론 연구와 정적을 숙청하는 부패와의 전쟁, 끊임없는 이념 주입으로 사실상 시 주석 1인 체제를 완성해 냈다.
25일 공개된 중국 최고지도부 상무위원 인선에서도 시 주석의 권력 강화를 확인할 수 있다. 우선 후계자로 거론됐던 후춘화 광둥성 서기와 천민얼 충칭시 서기가 제외됨으로써 시 주석은 향후 5년간 권력누수 현상을 걱정하지 않고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됐다.
새로 선임된 상무위원들도 대부분 시 주석 충성파들이다. 외형상 상무위원들의 계파를 보면 시진핑계와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계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장쩌민 전 국가주석계 상하이방의 안배가 이뤄진 것처럼 보이지만 신임 상무위원 대부분은 시 주석과 개인적 인연이 있거나 시 주석에게 충성심을 보여준 이들이다.
시 주석 측근들이 최고 수뇌부에 진입하면서 상무위원회의 집단지도체제 기능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상무위원회가 시 주석의 참모조직처럼 변질된 것이다. 미래 지도자를 사전에 정해 불필요한 권력 암투를 막았던 격대지정(隔代指定) 전통도 없어지면서 시 주석 1인 체제가 더욱 공고해졌다. 극단적으로 해석하면 중국 공산당 최고 지도부에서 견제 기능은 사라졌고, 시 주석의 장악력을 유지하고 통치이념을 착실히 이행할 시스템만 남아있게 된 셈이다.
공산당 권력 핵심인 25명의 정치국원에도 시 주석 측근 그룹인 시자쥔(習家軍)이 대거 진입했다. 시 주석의 상하이시 당서기 시절 비서실장이던 딩쉐샹 중앙판공청 부주임, 시 주석의 경제 책사인 류허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 시 주석의 칭화대 동창이자 기숙사 룸메이트인 천시 중앙조직부 부부장, 푸젠성과 저장성에서 시 주석을 보필했던 황쿤밍 중앙선전부 부부장, 차이치 베이징시 당서기 등이 정치국원에 이름을 올렸다. 새로운 정치국원 15명 중 상당수는 시 주석과 깊은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향후 5년 간 시 주석의 통치 이념을 실행하는 전위부대로 활약할 전망이다.
당 중앙군사위 부주석으로는 쉬치량 부주석이 유임되고, 시 주석의 최측근인 장유샤 장비발전부장이 새로 선임됐다. 인민해방군 상장을 지낸 장유샤의 부친 장쑹쉰은 시 주석의 아버지 시중쉰의 고향친구이자 전우다. 시 주석과 2대에 걸쳐 인연을 맺은 셈이다. 장유샤는 국산 항공모함 건조나 우주개발 업무를 총지휘했다.
시 주석은 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린다는 샤오캉(小康) 사회 건설 등 중국의 부흥을 재차 역설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개혁개방은 현재 중국 운명을 결정하는 관건이고, 40년의 개혁개방으로 갈수록 부유해지고 있다”면서 “개혁개방을 촉진해 중화민족의 부흥을 실현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외국 기자들을 향해 “우리는 찬양하는 말이 필요 없으며 다만 객관적인 소개와 도움이 되는 제의를 환영한다”면서 왕면의 시에서 ‘불요인과호안색, 지류청기만건곤’(不要人誇好顔色, 只留淸氣滿乾坤·좋은 색깔을 자랑 마라, 다만 맑은 향기가 하늘과 땅에 가득 남았다네)란 구절을 소개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